소아 의료 공백 갈수록 커져
필수의료과목 전공의 정원 미달
"수가 현실화 제도적 뒷받침 먼저"
정부가 의사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중이지만 확대방안을 놓고 각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원 확대가 의사 수를 늘릴 수는 있지만 일률적 정원 확대만으로는 필수 의료 인력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날을 세우고 있다.
필수의료과목 전공의 정원 미달
"수가 현실화 제도적 뒷받침 먼저"
■"대기 번호표 뽑기 위해 대기"
23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발표를 미루고 각계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의사단체 등이 반발하자 각계 의견을 먼저 수렴하기로 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소아청소년과 등을 포함해 의사 수를 시급히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많지 않아 부모들이 애를 먹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구미에 사는 직장인 배모씨(35)는 "주말에 소아과를 가려면 새벽 7시부터 나눠주는 대기 번호표를 받기 위해 문도 열지 않은 새벽 6시부터 줄서서 기다린다"며 "평일에 퇴근 후 야간진료를 받으려면 평균 1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주말에 늦게 가면 80~90번대 대기를 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씨는 "주말에도 애가 열이 나면 갈 곳이 소아과밖에 없다"며 "소아과처럼 꼭 필요한 의사 인원을 늘리는 측면에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지역별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간호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서울 3.47명, 대구·광주 각 2.62명 순으로 많았는데, 증가 순위도 이와 동일했다. 의사 수가 가장 많은 서울은 2013년(2.67명) 대비 0.80명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고, 이어 대구 0.58명, 광주 0.51명 등의 순이었다. 반대로 의사 수가 적은 지역은 증가폭도 작았다. 지난해 경북 1.39명, 충남 1.53명, 충북 1.59명 순으로 적었는데, 증가폭도 경북 0.14명, 충남 0.18명, 충북 0.20명 순으로 작았다.
■"수가 확대·의사 처벌 완화 필요"
의사들 사이에선 의사 규모만 늘리는 방안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사들이 기피하는 필수의료인력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필수의료과목으로 꼽히는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산부인과 등은 최근 5년간 전공의 정원이 미달됐다. 특히 지난해 기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28.1%에 불과했으며, 흉부외과는 47.9%, 산부인과 80.4%, 외과 76.1%에 그쳤다.
수도권에서도 필수 의료 인력 부족은 심각하다. 1년 4개월 전 수도권에서 종합병원을 개업한 병원장 A씨는 필수의료 의사가 없어 채용하기 힘들었다고 언급했다. A씨는 "새로 병원을 만들어도 필수의료 쪽 의사들이 지원을 안 한다"고 했다.
의사들은 필수의료 관련 법과 수가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의사 B씨는 "수가를 현실화하고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된 이후에 의대 정원을 늘릴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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