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우디 국빈방문, 21조 계약 체결
원유 비축, 자동차 공장 설립 등 합의
원유 비축, 자동차 공장 설립 등 합의
사우디는 국제유가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걸프협력회의(GCC) 좌장국가로 오일달러를 앞세워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와는 2030년 엑스포 유치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우리 근로자들이 사우디에 진출한 지 50년이 되는 뜻깊은 해로, 양국 건설협력 50주년 행사도 열린다. 앞서 지난해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때 양국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됐다.
이번에 성사된 계약 중에는 530만배럴 규모의 원유 공동비축, 5만대 규모의 현대자동차 조립공장 설립 등이 포함돼 있다. 원유 공동비축 합의로 우리는 국제유가 급변기에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디지털·의료·로봇·스마트팜·관광·뷰티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수소 수출국이 목표인 사우디와 수소차·연료전지 등 수소사업의 선도국인 한국의 협력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석유 중심 경제구조를 제조업 중심으로 바꾸는 '포스트 오일' 시대를 열어가는 중인 사우디로서는 첨단 산업과 기술을 보유한 한국과의 협력이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양국의 협력은 앞으로 더 확대될 여지가 많다. 사우디는 네옴시티라는 5000억달러 규모의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우리 기업이 1차 입찰에 참여한 것은 250억달러 정도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분쟁 중에 위험을 무릅쓰고 방문을 강행, 큰 성과를 얻어낸 윤 대통령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 이번 방문에는 삼성·현대차·한화·GS 등 대기업 총수를 비롯한 경제인이 130명이나 동행해 계약을 체결하고 현장을 돌아봤다. 다만 계약과 MOU 체결이 실행에 옮겨지도록 정부와 기업은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때의 계약은 벌써 60% 넘게 실행되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우리에게 중동은 1970년대에 이어 또 한번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는 최근 아랍권 첫 자유무역협정의 하나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타결했다. 또 하나의 중동 강국 카타르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제2의 중동붐은 난관에 봉착한 한국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중국 경제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신냉전 시대가 시작되면서 높은 중국 의존도가 반대로 한국 경제에 독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공급망 확대, 경제협력을 위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 나서야 한다. 동남아시아, 인도와 함께 중동은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