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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허술해 400억 피해봤는데… 이제 '외양간' 고치는 국토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4 18:11

수정 2023.10.24 18:11

성동구 지역주택조합 분양사기
주택법94조 관리대상에 포함안돼... 지자체 2017년 고발했지만 패소
결국 피해자 고소로 전말 드러나
시·지자체 요청에 법 개정되지만 늦은 제도 개선에 비판 목소리도
법 허술해 400억 피해봤는데… 이제 '외양간' 고치는 국토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사업승인 전 단계의 지역주택조합도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현재는 조합원 모집 등 초기 단계에서는 지자체가 지도·감독을 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법의 허점으로 성동구 옥수동에서 400억원대 지역주택조합 분양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가 너무 늦게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옥수동 400억원대 분양사기도 앞서 해당 지자체가 지난 2017년 이들 지역주택조합 간부들을 고발했으나 법의 허점으로 무혐의 처리되면서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업계와 성동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2017년에 옥수동 지역주택조합 조합장과 간부 등을 고발했다. 이들은 최근 드러난 400억원대 지역주택조합 분양사기 혐의로 구속송치됐다.

구에 따르면 해당 지역주택조합은 2017년 홍보관을 개설하고 조합원 추가 모집에 나섰다. 최고 34층, 593가구 규모의 랜드마크 아파트를 짓는다고 모델하우스까지 설치했다. 조합원들에게는 토지를 80% 이상 매입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사업계획이나 조합원 모집 등에서 문제가 많았다. 지자체에 신고를 하지 않고 조합원을 추가 모집했고, 이를 근거로 추가모집 중단 요구와 조합장 및 간부들을 고발 조치했다"고 말했다.

구청 고발에 옥수동 지역주택조합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구청이 패소하게 된다. 지자체가 소송에서 진 이유는 현재도 그대로인 '주택법 94조' 때문이다.

주택법 94조는 '사업주체 등에 대한 지도 감독'을 규정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국토부 장관 또는 지자체의 장은 사업주체 및 공동주택의 입주자·사용자·관리주체·입주자대표회의나 그 구성원 또는 리모델링주택조합이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이나 처분을 위반한 경우에는 공사의 중지, 원상복구 또는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 행정법원은 이 법을 근거로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법에 리모델링만 있고 지역주택조합은 없었다. 법원은 주택법 94조를 근거로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사업주체에 해당돼 공사중지 명령 등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법 관리대상에 지역주택조합이 없는 데다 사업주체 기준도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지자체의 지주택 관리감독 권한이 사업승인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본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모집에서 사업계획승인까지 통상적으로 10년이상 걸린다. 옥수동 400억 분양사기도 결국 지자체가 아닌 피해자들의 고소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됐다.

서울시와 성동구 등 지자체는 주택법 94조의 개선을 지난 4월에 정부에 건의했다.
뒤늦게 국부는 지난 5월에 주택법 94조를 바꿔 지자체 지도·감독 대상에 사업초기 단계의 지역주택조합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을 바꿀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관련 법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자체에 합당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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