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처분 취소소송 냈지만 패소 판결
[파이낸셜뉴스] 신음을 내라고 강요하는 등 후임병들을 괴롭혀 강등 징계를 받은 해병대 선임병이 간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하급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고 모욕적인 행동을 강요했을 때는 엄격한 징계를 해야 한다"며 "그런 악습이 있었더라도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1-2부(소병진 부장판사)는 A씨가 해병대 중대장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기관총 부사수로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하던 A씨는 지난해 4월 새벽 부대 상황실에서 장난을 친다며 후임병 B씨에게 4차례 신음을 내게 했다.
A씨는 B씨에게 일본 성인 만화에서 여성이 혀를 내민 채 흰자가 보이게 두 눈을 뜨는 이른바 '아헤가오' 표정도 하라고 강요했다. 또 A씨는 B씨가 실수하면 "죄송합니다" 대신 "저랑 맞짱(싸움) 한번 뜨자(하자)"라고 말하게 시키는 등 괴롭혔다.
조사 결과 A씨에게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는 B씨뿐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또 다른 후임병에게 물을 마실 때마다 보고하게 했으며, 눈을 깜빡이거나 마스크를 손으로 올릴 때도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A씨는 후임병들로부터 담배나 음료수를 빼앗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병대는 지난해 5월 A씨를 다른 부대로 보내면서 중대 전술훈련 평가 때 최우수 유공으로 받은 포상 휴가 3일도 취소했다.
2개월 뒤에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가혹행위로 인한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A씨에게 강등 처분을 내렸으나 어떤 계급에서 강등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A씨는 항고 심사위원회에 항고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전출 명령과 포상 휴가 박탈 등 징계성 인사 조치를 이미 받았는데 또 강등 처분까지 했다"며 "이중 징계여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역 상황실에서 근무 기강을 잡기 위해 후임병들에게 그런 행동을 했다"면서 "오래전부터 이어진 장병들 간의 악습인데 중징계 처분을 한 것은 가혹하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게 내려진 징계가 이중 징계가 아닌 데다 가혹한 수준의 징계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 전 A씨에게 내린) 전출 명령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기 위한 인사성 조치"라며 "포상 휴가 박탈도 지휘권 행사의 일종으로 징계와는 성질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동을 시키거나 직무와 무관한 보고 행위를 강요했다"며 "비위가 절대 가볍지 않고 피해자들도 처벌을 원하고 있어 강등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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