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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Money]"만기 짧은데 금리 높은 상품 어디 없나요"...요구불·단기예금에 목돈 모인다

이승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7 05:59

수정 2023.10.27 05:59

'고금리 장기화' 전망 고개 들자
만기 6개월 미만 '초단기' 상품 인기
짧게 묶어 놓는데 금리 많이 줘
요구불예금 잔액도 다시 증가세로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 금리 상승기에 들었던 고금리 정기적금이 얼마 전 만기 돼 목돈을 인출한 A씨는 다음 투자처를 두고 고민이 깊다. 지난해 5%가 넘는 고금리 상품로 쏠쏠한 이익을 봤는데 올해에는 아직 그만한 금리를 주는 상품을 찾을 수 없어 아쉬운 한편 마땅히 증권 시장도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금리가 조만간 내린다는 전망이 확실시되면 만기가 가장 긴 상품에 돈을 예치하겠지만 점차 그 시기가 늦춰지며 예금 금리도 점진적으로 오르는 상황이다. 이에 A씨는 후회는 줄이고 금리는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기 위해 6개월짜리 예금 상품에 여윳돈을 넣어두기로 한다.

글로벌 긴축 장기화 기조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은행권에서도 만기가 짧은 상품에 여유자금이 모이고 있다. 향후 금리 전망이 출렁이는 가운데 만기와 수익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기 싫은 마음에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2차례 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한 지난 5월경을 기점으로 한 채권 금리 상승세와 함께 단기 예금 상품의 인기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금리? 만기? 금융소비자 고민↑

예금은행 기간별 정기예금 잔액
(십억원)
2023/01 2023/02 2023/03 2023/04 2023/05 2023/06 2023/07 2023/08
전체 정기예금 976605.8 979032.4 970909.5 965762.3 978233.5 981612.9 994250.2 1007691.9
6개월 미만 정기예금 205280.3 195194.8 180331.7 170852.8 168553.1 169333.8 178781.6 189760.6
(한국은행)


2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따르면 전체 예금은행에서 만기가 6개월 미만인 '초단기 예금' 잔액은 지난 8월 189조760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168조5531억원이었는데 3개월 간 21조2075억원이 꾸준히 증가했다. 전월 대비 증감폭도 △6월 +7807억원 △7월 +9조4458억원 △8월 +10조9790억원 등 갈수록 확대됐다.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이 늘어나는 가운데 초단기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지난 5월 17.23%까지 내려갔다가 8월 18.83%로 1.60%p 올랐다. 모수인 예금은행 정기예금 잔액 역시 지난 5월 978조2335억원이었는데 지난 8월 1007조6919억원으로 1000조원도 돌파한 가운데서다. 은행권으로 돈이 몰리는 '역 머니무브'가 진행되는데 초단기 예금에 대한 선호도가 특히 높아진 것이다.

이는 잔액이 줄어들며 전체 정기예금에서 초단기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낮아지던 종전 상황과 대비된다. 앞서 예금은행 초단기 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 252조6990억원까지 늘었다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체 정기예금 대비 초단기 예금 잔액 비율 역시 지난해 11월 25.48%까지 올랐다가 빠지기 시작했다.

'방망이 짧게' 초단기·요구불예금 선호

이에 향후 금리 하락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 '만기가 짧으면서도 수익률은 비교적 높은' 상품을 고민하는 금융소비자가 많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높아지면서 만기를 짧게 가져가려는 경향이 높아졌다"며 "정기예금은 요구불예금보다 금리가 높아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연준이 연내 2차례 이상 금리를 추가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예금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4월 이후 상승세(5월 3.41%→8월 5.59%)를 이어갔다. 그간 채권 금리 하락에 힘을 보탰던 '금리 인상 끝물' 기대가 힘을 잃어버리면서다. 더구나 최근 은행권에서는 KB국민·NH농협은행을 비롯해 일부 은행에서 만기 12개월 상품보다 6개월 상품 금리가 더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도 포착된다. 만기가 짧은 상품을 선호하는 고객 취향에 맞춰 은행도 만기 구조 다변화를 공략하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 인기도 높아지는 중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지난 8~9월 한 달 새 10조원 넘게 잔액이 늘었다. 지난 8월 말 597조9651억원이었는데 9월 말 608조1349억원으로 3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다만 은행들이 지난 4월부터 줄줄이 내놓은 '초단기 적금'의 경우 이런 상황에도 성적이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관련 규정을 개정하면서 취급할 수 있게 된 만기 1달짜리 적금 상품이다.
당초 모객을 목적으로 출시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애초 납입 한도가 적게 설정됐다.
자금 여유가 있으면 초단기 예금으로 가지 적금으로 가지 않는다"며 "초단기 적금은 전체 적금 잔액의 10%도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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