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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납치·살해' 주범 이경우·황대한 사형 면해…1심서 무기징역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5 18:05

수정 2023.10.25 18:05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 중 이경우가 9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 중 이경우가 9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의 주범들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25일 강도살인 등 혐의를 받는 주범 이경우(35), 황대한(35)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공범으로 범행에 가담했지만 자백한 연지호(29)에게는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이들에게는 5년의 보호관찰명령도 내려졌다.

재판부는 “한밤중 귀가하다 서울 한복판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납치돼 대전까지 끌려가 죽음 맞이한 피해자의 고통은 가늠하기 어렵다”며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최초 범행 제안에 대해서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어 진심으로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것인지 깊은 의문이 든다”고 질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결심공판에서 이경우와 황대한에게 모두 사형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기록을 토대로 알 수 있는 이경우, 황대한의 양형 조건만으로는 사형을 선고해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객관적 사정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는 지난 3월29일 밤 서울 강남구 소재 피해자 A씨 주거지 부근에서 A씨를 납치해 차에 태우고, 마취제를 주사해 살해한 뒤 다음 날 대전 대덕구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의 배후로 지목된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는 이날 각각 징역 8년과 6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가상자산 투자 실패로 A씨와 갈등을 빚다가 지난해 9월 A씨를 납치해 가상자산을 빼앗고 살해하자는 이경우의 제안을 받고 7000만원의 착수금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유 씨 부부에게도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납치 후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음에도 마치 이경우에게 휘말린 억울한 피해자인 것처럼 행사했다”며 “어떤 개선점도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씨 부부가 강도 범행을 공모했다는 점은 유죄로 인정했지만, 더 나아가 살인까지 공모했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증거가 없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밖에 범행에 조력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와 허모씨에게는 각각 징역 5년씩이 선고됐다. 이경우의 배우자 허씨는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병원에서 범행에 사용할 향정신성의약품을 빼돌려 이들 일당에 건넨 혐의가, 이씨는 올해 1~3월 사무실·주거지 등에서 피해자를 미행·감시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이날 재판부가 판결을 낭독하는 내내 법정에서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주문을 낭독한 뒤에는 “이런 판결이 말이 되냐. 살려내라”는 피해자 유족 측의 고성이 이어졌다.
한 유족은 “7000만원 가지고 살인한 사람이 징역 6년, 8년을 산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살인한 사람보다 시킨 사람이 더 나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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