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당분간 가자지구 지상전을 연기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 지역 미 군사기지의 방공망을 보강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이 미군기지 방공망 구축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연기를 요청했고, 이스라엘이 이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현재 이라크, 시리아, 쿠웨이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과 아랍지역에 퍼져 있는 미군 기지 보호를 위한 10여개 방공 시스템을 급하게 배치하고 있다.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로켓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방공망 보강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이스라엘에 지상전 연기를 설득했다. 시스템 부품이 일러도 이번주 후반에야 도착할 것이어서 그때까지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을 늦추라고 설득한 것이다.
지금도 간헐적으로 이들 기지가 공격받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 무장세력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전면침공할 경우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도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군기지가 공격 목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해군소장은 앞서23일 브리핑 도중 미국이 지상전 연기를 언제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즉답은 피한채 "우리에게 최적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면 그 때 행동에 나서겠다"고만 답했다.
한편 미국은 이스라엘의 지상전 자체에 부정적이다.
하마스 기습 이후에는 이스라엘에 국제 여론이 유리하게 돌아갔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봉쇄에 들어가 생명선을 끊고 무차별 공습으로 주민 5000여명이 사망하면서 여론이 불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군사지원을 약속한 미국이 이같은 부정적인 여론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미국은 아울러 이스라엘에 출구전략이 없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9·11테러 당시 미국이 앞뒤 가리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가 20년 수렁에 빠져 성과도 없이 물러선 것처럼 이스라엘도 헛수고만 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은 무의미한 이스라엘의 침공에 돈과 무기를 댔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고, 중동과 아랍지역내 미군 기지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아울러 그동안 미국편에 섰던 이 지역 이슬람 국가들이 등을 돌릴 수도 있는 외교적 위험도 안아야 한다.
이때문에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내심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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