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서는 중대형 현장서 사망 늘어
중처법 위반 재판에서도 대부분 집행유예
"양형기준 관련해 사회적 합의 안 돼"
"입법 취지 고려…양형 높일 필요" vs "현장상황과 대표 의무위반 연결짓기 어려워"
중처법 위반 재판에서도 대부분 집행유예
"양형기준 관련해 사회적 합의 안 돼"
"입법 취지 고려…양형 높일 필요" vs "현장상황과 대표 의무위반 연결짓기 어려워"
[파이낸셜뉴스]지난해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는 적용이 유예되고 있음에도 오히려 지난해 50억원 이상 규모의 건설현장에서 사망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1심 이상 판결이 나온 재판은 법정 하한형인 징역 1년에 가까워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0억원 이상 건설현장 사망자 2배 이상 늘어
26일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전체 사고사망자는 28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했으나, 중대형 건설현장의 사망자는 늘었다. 50억원 이상 건설 현장의 사망자는 5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고, 특히 120억원 이상 800억원 미만 건설현장 사망자는 28명으로 직전해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최근까지도 사고는 잇따랐다. 지난 23일 경북 경산시 HDC현산 공동주택 신축공사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A씨가 달비계(간이의자)를 타고 외벽 방수 작업을 하다 30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지난 8월에도 부산시 연제구 DL이앤씨(옛 대림산업)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일용직으로 일하던 B씨가 6층 높이에서 거실 창문을 교체하던 중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중처법 적용시 처벌이 약하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중처법 시행 이후 1심 이상 선고가 이뤄진 재판은 총 7건이며, 법정 하한형인 징역 1년에서 최대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그나마도 1건만 실형 선고를 받았으며, 나머지 6건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12일에는 서울북부지법에서 지난해 4월 아파트 천장 누수를 확인하던 노동자가 1.5m 높이 사다리에서 추락사한 사건과 관련해 아파트 관리업체 국제경보산업 대표이사 D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D씨는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혐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 평가·관리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고 유족이 선처를 바라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유일하게 실형을 선고받은 한국제강은 해당 사고 10개월 전에도 또 다른 산재 사망사고가 있었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수차례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조계 "엄벌 필요" vs "재해- 법위반 연결 어려워"
일각에선 재해를 줄이기 위해 양형 기준을 높이자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현장 사고를 회사 대표에게까지 강하게 책임을 묻는 것은 연관성이 다소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문율 법률사무소 문은영 변호사는 "아직 양형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지 않아서 법관들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으로 처벌한 기존 사례와 유사하게 양형을 정하고 있는 것 같다"며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양형에 대해 논의해 기존의 산안법보다는 높은 양형 기준을 좀 마련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찬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벌을 가해 안전사고 줄이겠다는 게 법의 취지이긴 하지만 막상 심리를 통해 양형하면 대표이사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위반과 실제 발생한 재해를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아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설현장에선 그날그날 작업이 바뀔 수도 있고, 현장의 여건이 안 맞아서 계획된 대로 안전 수칙이 집행되지는 않는다"며 "현장 상황을 회사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위반으로 명확히 연결해서 보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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