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명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감염된 사람이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타인에게 질병을 옮길 수 있는 행위를 하면 처벌하는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19조와 처벌 조항에 대해 재판관 4대5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일부 위헌이라는 의견이 재판관 5명으로 합헌 인원(4명)보다 많았지만 정족수(6명)에 이르지 못해 위헌 결정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심판 법 조항은 에이즈에 걸린 사람이 혈액이나 체액으로 타인에게 질병을 옮길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감염인에게는 자유로운 방식의 성행위가 금지되므로 사생활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 자유권이 제한될 수 있다"면서도 "상대방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감염인과의 성행위로 인해 완치가 불가능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평생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등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합헌 의견을 냈다.
이어 "감염인의 제한 없는 방식의 성행위 등과 같은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제약되는 것에 비해 국민의 건강 보호라는 공익을 달성하는 것은 더욱 중대하다"며 "이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감염인의 사생활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들 재판관은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상대방에게 감염인임을 알리지 않고 전파하는 경우만 처벌하는 것으로 법을 해석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들 재판관은 "감염인이 치료받아 체내 바이러스가 억제된 상태에 있으면 별다른 예방조치가 없더라도 그와 전파 매개 행위를 한 상대방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를 발견할 수 없다"며 "심판 대상 조항은 의학적 치료를 받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임을 알리고 한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반면 유남석·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이들의 사생활의 자유 및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며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심판 대상 조항은 감염인 중에서도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의 전파 매개 행위까지도 예외 없이 전부 금지 및 처벌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며 "이들의 기본권을 제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 방지 효과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이번 합헌 결정은 에이즈 감염인의 전파행위 처벌조항이 무조건 합헌이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처벌조항에 대한 합헌적 법률해석을 통해 처벌의 범위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에 합헌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의학적 치료를 받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임을 알리고 한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런 해석을 전제로 할 때 합헌이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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