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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 들여 만든 '산복마을 데크길' 구청 실수로 철거…세금 줄줄

뉴스1

입력 2023.10.28 08:30

수정 2023.10.28 08:30

부산 서구가 남부민동에 설치한 33m 길이의 데크길./ 2023.10.23 ⓒ News1 권영지 기자
부산 서구가 남부민동에 설치한 33m 길이의 데크길./ 2023.10.23 ⓒ News1 권영지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권영지 기자 = 부산의 한 지자체가 사유지에 무단으로 데크길을 설치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철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지자체가 사전 확인 없이 서둘러 편의시설을 짓는 행정 실수로 인해 불필요한 세금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서구청은 지난 8월 토지 소유자 측에서 제기한 토지인도 청구소송에서 일부 패소했다.

서구는 2019년 5월 천마산 산복마을 흔적길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남부민동 산복마을 일대에 3000여만원을 들여 33m 길이의 보행자용 데크를 설치했다.

그러나 데크가 설치된 부지는 원주인이 있었던 곳인데 구가 무단으로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도 구가 소유자의 사용 승낙을 받아 부지를 점유한 사실을 인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데크가 설치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원고 측은 의료관광시설을 짓기 위해 소유자로부터 토지를 매입했다. 원고 측은 2020년 6월 구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고 공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반년 후 구는 원고 측이 공사 도중 불법 형질 변경을 했다는 이유로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다. 현행법상 토지를 50cm 이상 절토나 성토하기 위해선 관할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이 명령 역시 2년 전 법원이 50cm 이상의 절토 및 성토가 있었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봤다. 당시에도 원고 측이 서구청에 이 문제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결국 서구청이 패소했다.

기나긴 다툼에 결국 의료관광시설 건립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원고 측은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 비용 지급을 위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구는 데크가 산복마을 주민들의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데크 설치로 인한 토지의 효용 가치가 높아진 점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따라 구는 데크를 철거하고 원고 측에 기존 데크 부지를 넘겨야 한다. 또 원고 측에 일부 배상금도 지급해야 한다.

이곳은 산복도로로 이뤄진 지형으로 이뤄져 있어 고령층은 도보로 이동하기 어려운 곳이다.

취재진이 만난 고령층 주민들도 데크를 철거해야 한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남부민동 주민 A씨(70대)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산책할 때 데크를 이용하고 있다"며 "데크가 계속 있었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있겠나"라고 아쉬워했다.

구는 선고가 나온 지 2달이 넘어 항소 기간이 지났음에도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라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는 등 철거 작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구는 데크를 철거하되 철거 시점과 배상금 지급에 대해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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