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국 관계 정상화, 중동문제, 우크라·러시아, 북한 핵, 대만 등 전망
- 중국은 1차 무역합의, 미국은 발리 회담 불이행 등 입장 차이 확인할 가능성도
- 중국은 1차 무역합의, 미국은 발리 회담 불이행 등 입장 차이 확인할 가능성도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정상회담을 갖는다. 시점과 장소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 11~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워싱턴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테이블에는 경제를 중심으로 한 양국 관계 정상화와 중동 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핵, 대만 문제 등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美中 양국 실타래 풀기에 주력
2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과 관련한 소식을 이같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7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양국 간 관계 관리와 소통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왕 부장에게 “미국과 중국은 경쟁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대중국 견제를 심화해왔다. 그는 대중국 무역이 불공정하다며 2년여 동안 무역전쟁을 벌였고 2020년부터 2년 동안 중국이 미국 제품 수입을 2017년 대비 2000억달러(약 237조9000억원) 늘린다는 내용의 1차 무역합의를 2020년 1월 체결했다. 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전방위적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에서 애국 기업으로 취급받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안드로이드 운영 체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압박해왔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대중국 포위망은 강화됐다. 엔비디아 등 자국 기업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고,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했다면 해외의 경우라도 미국 상무부가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이른바 한국, 일본, 대만과 '칩 4 동맹'도 결성했다. 반도체법을 통해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겐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여기에 동참할 경우 중국에 반도체 칩이나 생산설비를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이외 신장위구르자치구 생산물 금수조치, 대만과 관계 강화, 시 주석의 핵심 대외 확정 전략인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세력 약화를 위한 동맹 결성, 대만해협 항행 등으로 중국을 숨통을 조였다.
이들 조치들은 대부분 현재 진행형이다. 오히려 토니 블링컨 등 미국 고위 관계자들이 미중 소통 재개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상황에서도 반도체 수출 금지 등은 강화시켜 나갔다.
중국 역시 희토류을 비롯한 전략자원 수출 통제, 일대일로 10주년 정상포럼, 반간첩법 시행, 주요 7개국(G7) 대항마인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참여국 확대 등으로 저항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에서도 팔레스타인 쪽에 무게를 실어주며 미국과 반대 방향을 걷고 있다. 1차 무역합의의 경우 코로나19를 명분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은 이와 같은 양국 사이에 엉킨 실타래를 푸는데 우선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이 세계를 양분하는 주요 2개국(G2)이긴 해도 ‘자국 중심’은 외교의 기본이기 때문에 여기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왕 부장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방문 목적은 미국과 소통하고 양국 정상의 중요한 공감대를 실천하는 것이며 양국 관계를 가능한 한 빨리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복귀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서 공개했다.
중동·우크라·북핵도 논의 대상
중동 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북핵 문제 역시 논의 대상이다.
블링컨 장관은 왕 부장의 방미 기간 함께 자리를 가진 뒤 “왕 부장이 모든 범위의 현안에 대해 소통 채널을 계속 열어두는 게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중동 분쟁에 대해 솔직한 의견 교환을 했으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침공과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부연했다.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은 조만간 해양문제 협의, 군사통제 및 확산방지 협의, 외교정책 협의 등을 개최하고 직항 항공편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 외교 수장의 회동은 정상회담 이전 '사전 작업' 성격이 크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양측은 이 전략적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을 위해 협력하는 것을 포함해 고위급 외교를 추가로 추진하고자 하는 바람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국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입장이 분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실무진의 추가 협의 혹은 공감대 형성에 그칠뿐 극적인 합의는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왕 부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싱크탱크 애스펀 인스티튜트가 개최한 국제 전략 관련 좌담회에 참석, 작년 11월 발리 APEC 정상회의 때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합의한 사항을 미중 양국이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당시 합의에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음 △중국 체제 변경을 추구하지 않음 △동맹 강화를 통해 반(反)중국을 추구하지 않음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음 △중국과 충돌을 일으키기를 원하지 않음 등 이른바 ‘5불(不)’이 포함됐지만, 미국이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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