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고발 영화 두편
정지영 감독 신작 ‘소년들’... '삼례 나라슈퍼 사건’ 실화 바탕
김수인 감독 데뷔작 ‘독친’... '그알’로 쌓은 범죄 스토리 내공
정지영 감독 신작 ‘소년들’... '삼례 나라슈퍼 사건’ 실화 바탕
김수인 감독 데뷔작 ‘독친’... '그알’로 쌓은 범죄 스토리 내공
실화극 '소년들'은 억울한 살인 누명을 쓴 세 가난한 청년이 17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소재로 무너진 사법 시스템과 강자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 구조를 드러낸다. 또 독친(자식의 성공을 위해 지나치게 간섭하는 부모)과 인터넷 자살을 소재로 한 '독친'은 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을 통해 과도한 경쟁문화 속에서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 구성원이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부모 잘 만나는 것도 능력이던가 '소년들'
"우리 스스로 마음은 약자 편인데, (대다수가) 침묵을 지킨다. 강자는 그 침묵을 이용해서 약자를 힘들게 한다. 처음에는 이 영화의 제목을 '고발'이라고 할까 생각했다."(정지영 감독)
1999년 2월 6일 새벽,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서 발생한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년들'은 '강강약약'이 일상화된 한국사회의 초상과 같다. 힘없는 자들은 쉽게 짓밟히고, 불의에 저항하던 소시민은 불이익을 당하며, 권력자들은 지난 과오가 드러나도 그 어떤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미친 개'로 통하던 수사반장 황준철(설경구)은 의문의 제보전화를 받고 우리슈퍼 강도치사 사건을 재수사한다. 세 소년이 경찰의 폭행과 강요에 못이겨 허위자백을 하고 복역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분노하며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당시 사건의 책임 형사(유준상)와 담당 검사(조진웅)의 방해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그로부터 16년 후 권력에 순응한 듯한 황준철 앞에 피해자 할머니 딸이자 유일한 목격자였던 윤미숙(진경)과 성인이 된 소년들이 나타난다.
'소년들'은 허구의 인물 황준철을 중심으로 사건이 발생한 1999년과 재심을 청구하는 2016년을 오가며 이 사건을 다시금 면밀히 들여다본다. 단지 실화를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 사건이 갖고 있는 함의를 다층적으로 보려고 애쓴다. 전반부가 수사극의 형식을 띄며 안타까움과 분노, 무기력함을 안겨준다면 후반부는 재심 재판 과정을 다룬 법정극을 통해 권력에 맞서 연대한 소시민의 용기로 희망의 기운을 전한다.
살인자로 몰린 세 소년과 진범 3인이 대질신문을 하는 장면에서, 소년들도 울고, 진범들도 우는 장면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정지영 감독은 연출의 변에서 "'소년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이 세상 또 다른 '소년들'의 고통을, 힘없는 약자들의 처지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어른들의 오만과 편견에 일갈 '독친'
자살은 10~20대 국내 사망 원인 1위다. 특히 청소년 자살률은 2017년 7.7명에서 2020년 11.1명으로 44% 늘었다. 학교에 등교한줄 알았던 여고생 유리(강안나)의 주검을 마주한 워킹맘 혜영(장서희)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인터넷 자살을 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 엄마가 타살을 주장한 가운데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다.
한류스타 장서희 주연의 '독친'은 수사물의 형식을 빌려 자살 사건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결혼정보회사 매니저인 엄마의 직업, 유리와 닮은꼴인 교사의 가족 관계, 겉모습과 다른 모범생의 속사정, 학창시절 우정의 의미 등 자살한 여고생을 둘러싼 여러 인물 관계를 통해 재미와 주제의식 두 마리 토끼를 다잡는다. 장서희를 비롯해 강안나, 최소윤, 윤준원 등 신인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신인감독 김수인의 연출력이 주목되는 이유다. 올해 서른인 김 감독은 "어릴 적부터 '그것이 알고 싶다' 애청자였다"며 "배우 문성근이 진행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안본 회차가 없을 정도"라며 이 영화를 미스터리로 풀어낸 배경을 설명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영화연출 석사를 수료한 그는 졸업 후 사교육의 중심지 대치동에서 2년간 국어 강사로 일하고 아역배우 에이전시에서 연기 지도를 한 이력이 있다. 이런 경험은 이번 장편 데뷔작 '독친'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독친은 자식에게 독이 되는 부모를 뜻하는 신조어다. 극중 유리의 친구 예나는 어른을 향해 일갈한다. "믿음은 오만과 편견을 부르거든요. 내가 주는 사랑이 받는 사람에게도 사랑일거라는 오만, (잘못된 사랑이라도) 사랑받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행복할 거라는 편견"이라고.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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