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언론계 후배의 고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31 18:22

수정 2023.10.31 18:22

[기자수첩] 언론계 후배의 고언
때로 고연차 기자들이 언론계를 떠나 정부 고위직, 기업 임원 등 다양한 신분으로 취재현장에 등장하곤 한다. 이처럼 대(大)선배들이 언론계를 떠나 요직으로 가는 것은 우선 그 선배의 능력이 출중함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현직 기자들에게는 '그래도 전에 동료 기자였으니 잘 봐달라'는 암묵적인 의미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후배 기자들은 이런 아버지뻘 되는 대선배들과 취재를 위해 맞붙는다. 때론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치열하게 논리로 맞붙어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다. 저연차 기자들은 언론계에 '수십년간' 몸담은 이런 선배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서 취재현장을 발에 땀 나도록 누빈 선배들은 이런 후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자신도 겪어본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나를 신경쓰지 말고 마음껏 취재해라"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알려달라. 개선할 것이 있으면 하겠다. 그 대신 팩트가 아니면 설명을 할 테니 들어달라"며 오히려 격려한다. 적어도 언론계에 있을 당시 후배들이 존경했던 선배는 떠나서도 멋있었다.

최근 자신을 언론계 선배라고 자칭한 한 장관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부끄러운 언론의 현실이라며 얼굴을 붉혔다. 또 후배들에게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까지 운운했다. 도대체 후배들을 동료 기자라고 생각을 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지경의 발언이다.

잘못된 기사가 있으면 제대로 해명하면 되지 오해를 증폭시키며 인사청문회까지 끌 필요가 없다. 제대로 된 해명은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명확한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한 반박이기 때문이다. 반면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과 누가 생각해도 어설픈 해명은 오히려 다른 의혹을 불러온다. 어설픈 해명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또 있다. 자신이 불리하면 입을 닫고 나중을 기약하며 숨어버린다. 그렇게 그 후보자는 청문회 도중 줄행랑을 쳤다. 특히 이 후보자는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에서 기자들을 향해 후배라고 지칭하는 실수를 했다. 인터뷰는 국민들 앞에서 후보자의 입장을 기자를 통해 전달하는 자리이지 후배들과 사담하는 자리가 아니다.

기자들도 의혹 보도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그 나름의 근거를 가진 의혹 보도로 수많은 고위직 후보자들이 검증됐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반면 팩트가 없는 설익은 보도는 오히려 기사의 공신력만 떨어뜨린다. 언론계 후배로서 선배님께 말씀드린다.
줄행랑 친 후보자는 치열하게 매일을 사는 언론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경제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