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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내년 中 수출 50억달러 날리나...중 AI 굴기 차질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1 02:12

수정 2023.11.01 02:12

[파이낸셜뉴스]
미국 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10월 17일(현지시간) 추가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 유예기간을 노려 내년 물량을 먼저 선적하려 했지만 상무부가 유예기간을 없애면서 내년 수출계약물량 50억달러어치를 날릴 판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월 31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엔비디아 본사. 로이터연합
미국 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10월 17일(현지시간) 추가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 유예기간을 노려 내년 물량을 먼저 선적하려 했지만 상무부가 유예기간을 없애면서 내년 수출계약물량 50억달러어치를 날릴 판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월 31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엔비디아 본사. 로이터연합


미국의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중국 수출 추가 규제로 엔비디아가 내년 수출 50억달러(약 6조7600억원)를 날리게 생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월 31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수출 추가 규제 조처에도 불구하고 한 달 유예기간이 있을 것으로 보고 내년에 인도하기로 계약한 물량을 11월 중반 이전까지 수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상무부가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고 못박으면서 50억달러 수출을 날릴 판이다.

유예기간 없앤 행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알리바바, 바이두,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등 중국 업체로부터 내년에 인도하기로 하고 AI 반도체를 50억달러 넘게 수주했다.

그러나 상무부가 10월 17일 수출 추가 규제 조처를 내놓으면서 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엔비디아가 지난해 상무부 규제에 맞춰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춘 H800, A800 반도체 수출도 이번에 규제 대상에 추가했다.
엔비디아는 A100, A800 반도체를 손질해 성능을 인위적으로 낮춘 중국 수출용 반도체 H800, A100으로 수출 규제를 피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추가 규제가 적용되기 전에 내년 물량을 중국에 먼저 수출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규제가 취해지면 통상 30일 유예기간이 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부랴부랴 선적을 준비하던 엔비디아는 그러나 정부로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엔비디아는 10월 24일 공시에서 상무부로부터 공문을 받았다면서 상무부가 중국 수출 추가규제는 '곧바로' 효력을 내는 것이라고 못박았다고 밝혔다. 유예기간에 내년 수출 물량을 털어버리려던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L40S 반도체도 수출 규제


수출 추가규제 충격을 가중시킨 것은 L40S 반도체 수출 규제였다.

미 행정부가 AI 반도체 수출 추가 규제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부 중국 업체들은 이 L40S 반도체로 눈을 돌렸다.

L40S는 엔비디아가 8월에 출시한 제품으로 내년 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반도체다. 지난해 수출 기준에 맞춰 이 역시 성능을 제한했다.

A800, H800 반도체가 추가 규제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일부 중국 업체들은 10월 17일 추가 규제 발표 전 수주일 간 L40S 반도체를 대거 주문했다.

그러나 상무부는 이 반도체도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시켰다.

소식통에 따르면 L40S 반도체는 A800, H100과 달리 AI 구축이 아닌 운용을 위한 반도체다. A800과 H800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지만 미국은 중국 업체들의 AI 운용에 차질을 주기 위해 이마저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중국 AI 굴기 차질


수출 추가 규제로 중국의 AI 굴기는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엔비디아 반도체를 대신할 AI 반도체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 규제로 엔비디아는 물론이고 인텔, AMD 등의 고성능 AI, 데이터센터 반도체를 수입할 수 없게 된 중국 업체들은 제한된 기존 재고에 의존해야 하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반도체를 구해야 한다.

번스타인리서치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2017년 출시된 성능이 떨어지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V100이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이럴 경우 AI 시스템 훈련 비용이 30% 더 든다고 추산했다. 고성능 AI 반도체를 활용할 때에 비해 반도체가 더 많이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전력 소비도 크게 늘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화웨이의 어센드(Ascend)910과 캠브리콘의 시위안(Siyuan)590 반도체 등이 자체 개발 반도체다.

중국 대화인식 소프트웨어 업체 아이플라이텍(iFlytek)은 지난 8월 어센드 반도체를 활용해 AI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어센드 반도체로 구축된 AI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인 A100 반도체를 사용했을 때와 비교할 만한 수준의 성능이 구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규제로 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가 이를 중국에 수출할 수 없어 이마저도 중국업체들이 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알리바바, 바이두 등은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했고,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해 성능이 떨어지는 반도체로도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는 AI 개발로 방향을 틀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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