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개인 김대중을 살려내는 작업이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다시 보고, 우리 국민과 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을 다시 찾아보게 되길 바랍니다."(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
내년 1월 6일 故김대중(1924년 1월 6일~2009년 8월 18일) 전 대통령(이하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다큐멘터리 ‘길위에 김대중’이 개봉한다.
지난 2000년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오랜 권위주의 통치하에서 수차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장기간 망명생활을 강요당한 상황에서도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철학과 투쟁을 지속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서거 당시 세계 주요 언론들은 “아시아의 넬슨 만델라로 추앙받았다”며 애도했다.
김대중 관용과 화해 정신이 포인트
1일 ‘길위에 김대중’ 제작보고회에서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 겸 전 문화부장관은 “김대중 대통령하면 우리 정치사에서 큰 어른이고 거인인데, (생전) 그분에 대한 지지와 반대의 극명한 대척점이 많았다”고 운을 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을 비롯해 정진백 김대중추모사업회장, 민환기 감독, 최낙용 시네마6411 대표, 이은 명필름 대표가 참석했다.
“그것은 정치의 질곡과 지역 감정 때문인데 한편에선 지지받고 한편에선 매도당하고, 정치적으로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개의치 않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위해 한평생 투신했다. (목숨이 오가는 고난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좌절하지도, 회유에 타협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자신을 탄압했던 사람들을 용서하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 포인트다. 단지 (민주)투사였다면 애써 다큐멘터리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재 상임이사는 “김대중 대통령은 여야를 불문하고 존경받는 인물이라는 건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대중의 관용·포용·화해·통합의 정신'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출마 결심 전에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서 평화센터로 오셔서 4시간 반 가량 머물며 전시관을 둘러보고 두시간 넘게 대화했다. 대통령이 되면, 김대중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말씀했다. 여야 불문하고 (김대중 정신인) 용서와 화해를,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그 길을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획 자체는 2013년에 시작됐다. 김대중평화센터와 김대중추모사업회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기획한 뒤 이희호 여사의 허락을 받았으며, 지난 2019년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제작한 명필름에 러브콜을 보냈다. 마침 남북탁구단일팀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던 명필름과 ‘노회찬 6411’의 민환기 감독 그리고 ‘노무현입니다’를 제작·배급한 시네마6411이 합류하면서 제작에 급물살을 탔다.
정치적 해석? 연연하지 않고 더 많은 관객과 만날 것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작품이 개봉하면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 명필름 대표는 이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은 여야 정치인 모두 존경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앞두고 있어 누가 이득일지 계산할 것이라고 보는데, 그런 부분까진 고려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무덤덤하게 (우리 길을) 걸어가서 더 많은 관객이 김대중의 생을 알고, 그로부터 내일의 지혜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김대중 대통령은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인정한 정치인”이라며 “(의견이 분분한 댓글 반응에) 연연하지 않고 하나의 영화로 바라보고, 또 영화에 대한 다른 반응도 들으면서, 묵묵히 가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메가폰을 잡은 민환기 감독은 “지지자도 반대자도 많은 한국정치의 중심에 섰던 김대중 대통령을 어떻게 다뤄야하나 고민이 컸다”며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는 “정치인에서 투사가 됐고, 사상가가 됐고 다시 정치인으로 돌아왔는데,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다시 정치인으로 돌아오신 것에 초첨을 뒀다”고 말했다.
'길위에 김대중'은 김대중 대통령 취임(1998~2003)전인 1987년 6.29 선언까지 다룬다. 그는 이에 대해 “제가 해석한 (목포의 청년 사업가였던) 김대중은 왜 정치를 하려고 마음 먹고, 어떻게 사상가로 변하고, 투사가 되고, 다시 정치인으로 돌아왔는가 하는 점이었다”며 “김대중 생애 가장 중요한 부분이 1987년에 끝난다고 봤다. 정치인으로서 어떤 일을 하는가, 정당인으로서 어떤 일을 하는가는 차기작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은 대표는 지난 3년간 이 작품을 만들면서 그동안 몰랐던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민환기 감독 역시 동의하며 “특히 미국으로 망명해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잘몰랐는데, 다양한 자료와 김대중 대통령을 곁에서 모셨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는 매우 일관된 사람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왜 길위의 김대중 아닌 길위에 김대중이냐면..."
“미국에서 777일 동안 강연회를 200번 열었더라. 그럼 3일에 한번 꼴인데, 도시 간 이동거리를 감안하면 얼마나 현지에서 한국 민주화에 대한 지지와 호소를 열심히 하신건지 놀라웠다. 문동환 목사는 ‘신들린 사람같았다’고 하시더라. 더욱이 재미교포를 상대로만 강연한 게 아니고,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보수 진영 미국 지도층을 만나 설득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한국을 다시보게 하는 기회를 만들다는 점이 놀라웠다."
최낙용 대표는 제목을 왜 ‘길위의 김대중이 아니라 길위에 김대중이라고 했냐면, 미국 강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나는 늘 길 위에 있습니다. 누가 부르든지 늘 달려가겠습니다‘는 문장에서 따왔다“며 ”늘 길위에서 국민과 함께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1970년 김대중이 신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순간부터 일평생 김대중을 지지해온 정진백 김대중추모사업회장은 “당시 일간지 스크랩을 아직도 갖고 있다”며 “김대중 정신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가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유일하게 세상에 자랑할만한 대한민국 지도자라고 하셨는데, 국내 평가는 아주 인색하다”며 “한 외신기자는,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신 후 (대한민국 국민이) 그분께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지도자인 김대중 대통령의 진면목이 많이 알려지길” 바랐다.
한편 ‘길위에 김대중’은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주의를 향한 필사의 발걸음과 파란만장했던 삶의 궤적을 기록한 영화다. 미공개 자료들과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 자료를 끌어 모으고 그와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민환기 감독은 "무엇보다 전 감독이니까, 사람들이 재밌게 볼수 있게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영화 상영위원회’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켞는 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상영공간 개척을 위해 11월 1~31일 한달 간 텀블벅 펀딩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극장과 비극장 동시개봉을 추진한다. 전국 문화회관과 학교 강당 등 다양한 장소에서 관객을 만날 계획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21개 도시에서도 영어 버전으로 개봉할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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