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과 당뇨 예방에 좋은 자전거 타기
무리하게 자전거 타면 예기치 않은 부상
가장 많은 부상 부위는 '무릎'으로 43%
강력한 충격에 슬개골연골연화증 유발
[파이낸셜뉴스] # 전업주부 박 모씨(46)는 최근 청명한 가을을 맞아 지인들과 북한강 자전거길을 방문했다. 먼저 팔당역 앞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리고 이후 강을 옆에 낀 채 상쾌하게 라이딩을 시작했다. 그러나 평소 운동이 부족했던 탓일까. 후미에 있던 그녀와 지인들 간의 거리는 점점 벌어졌고 다급히 페달을 밟아 보았지만 벌어진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체력이 점점 달리고 무릎에 뻐근함까지 나타나던 그때, 페달을 밟는 다리에 무리하게 체중을 싣다가 결국 안장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큰 사고는 아니었으나 바닥에 쓸린 왼쪽 무릎에서 피가 나고 있었고 시큰한 통증도 느껴졌다. 지나가던 라이더의 도움으로 지인들과 합류해 겨우 집에 돌아온 박 씨. 휴식을 취해봐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자 자신의 무릎에 이상이 생겼음을 직감한다.
무리하게 자전거 타면 예기치 않은 부상
가장 많은 부상 부위는 '무릎'으로 43%
강력한 충격에 슬개골연골연화증 유발
가을은 그야말로 자전거 타기에 알맞은 계절이다. 이제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취미나 건강 증진을 위한 도구로서 자리 잡고 있다. 2013년 약 1만7000km였던 국내 자전거도로 길이는 10년이 지난 2022년 기준 약 2만6200km까지 늘어났다. 그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국민들에게 자전거 타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전거 타기는 건강에 매우 긍정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전거를 1년 넘게 꾸준히 탈 경우 심장병, 당뇨 등 성인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절반 가량 감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전신 근력과 심폐지구력도 함께 기를 수 있어 건강 관리에 이상적인 운동으로 꼽힌다.
그러나 박 씨처럼 처음부터 무리하게 자전거를 탈 경우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초보 라이더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020년 스포츠안전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자전거를 취미로 타는 생활체육인들은 연평균 2.7회 부상을 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부상 부위 가운데 무릎의 비중은 무려 41.9%로 발목(13.1%), 손목(3.5%) 등 다른 관절과 비교해 독보적인 수치를 보였다. 실제로 자전거를 타다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때 무릎이 가장 먼저 바닥에 닿으면서 찰과상이나 염좌 등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무릎에 가해지는 강력한 충격은 ‘슬개골연골연화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슬개골연골연화증은 무릎 가장 앞쪽에 위치한 슬개골의 연골이 압박을 받아 단단함을 잃고 약해지는 질환을 말한다. 무릎에 큰 충격이 가해지는 경우, 과도한 무릎 사용으로 관절에 지속적으로 부하가 전달되는 경우 나타나기 쉽다.
무릎 앞쪽이 시큰거리고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주요 증상으로, 붓기가 동반되거나 무릎을 움직일 때마다 ‘뚝’하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방치할수록 통증이 점점 심해질 뿐만 아니라 퇴행성 관절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무리한 운동이나 충격 이후 발생한 무릎 통증이 일주일 이상 차도가 없을 때는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한의학에서는 슬개골연골연화증 치료를 위해 약침·침 치료, 한약 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우선 한약재 유효성분을 정제한 약침을 통해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해소하고 손상된 연골을 보호한다. 이후 내·외슬안, 혈해 등 무릎 부위 주요 혈자리에 침 치료를 진행해 근육과 인대를 이완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여기에 숙지황, 당귀 등 뼈와 근육의 강화를 돕는 한약재들을 환자의 체질에 맞게 처방하면 더욱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실제 자생한방병원이 SCI(E)급 국제학술지 ‘중의학(Chinese Medicin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약침 치료는 항염증 및 연골 보호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연구팀이 골관절염 유발인자를 투여한 쥐에게 신바로약침 치료를 3주간 실시한 결과, 약침을 맞지 않은 쥐에 비해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인 ‘프로스타글라딘E2’ 생성이 약 60% 억제됐음을 확인했다. 또한 뼈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소주골의 부피도 40% 가량 더 보호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교통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월 1회 이상 자전거를 타는 인구는 무려 134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자기 주도적 건강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진 요즘. 자전거는 가장 대중적이면서 효과적인 레저∙교통수단인 것이다. 다만 자전거가 건강에 제공하는 이점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다면 안전사고와 부상에 조금만 더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광화문자생한방병원 박원상 병원장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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