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태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여행을 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현지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2일(한국시간) 방콕포스트, 더타이거 등 태국 매체는 한국이 태국인의 여행지로 인기가 높아졌지만, 출입국관리 사무소의 과도한 인터뷰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태국인들은 한국 여행 금지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과 태국은 현재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되어 있어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태국인은 90일까지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K팝과 드라마, 영화 등의 영향으로 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여행지로 손꼽힌다.
하지만 방콕포스트는 “지난 주말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시태그는 ‘한국 여행 금지’였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한국 여행 금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100만건 이상 올라왔다.
이들은 한국 입국이 거부됐던 경험을 공유하며 몇 달 동안 세웠던 휴가를 망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태국인은 “급여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입국이 거부됐다. 이번 여행을 위해 5년 동안 돈을 모았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출입국관리소에서 한국에 네 번이나 관광을 왔는데 아직도 부족하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한국을 찾는 태국인의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3월 방한 태국인은 4만3084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월과 비교해 81.1%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7월과 8월에는 50%대로 떨어졌다. 그 사이 일본을 찾는 태국인들의 수는 늘었다. 지난해 11월 일본은 한국보다 태국 관광객을 1.78배 더 유치했으나, 지난 5월에는 2.6배로 격차가 벌어졌다.
태국여행사협회 짜른 회장은 “코로나 기간 일자리를 잃은 태국인들은 국경이 열린 후 한국 농촌으로 몰려들었다”며 “어떤 기간에는 불법 입국한 노동자 수가 합법적인 관광객 수보다 더 많았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약 14만명의 태국인 불법체류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인천의 한 클럽에서 열린 태국 유명가수 암 추띠마의 콘서트장에서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은 불법 체류 외국인 83명을 적발했다. 또 지난 5월에는 마약을 유통하고 투약한 태국인 불법체류자 13명이 검거됐다.
짜른 회장은 “이 문제는 태국과 한국 정부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며 “양국 정부는 불법 노동자 입국을 돕는 네트워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만은 합법적인 태국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입국 거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편 논란이 확산하자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도 이번 논란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세타 총리는 지난 10월 31일 “태국인이 지속해서 한국에서 입국 거부되고 추방되는 문제에 대해 짜끄라퐁 생마니 외교부 차관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