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기아차 노조 간부가 입찰 업체들과 짜고 조합원들에게 돌릴 티셔츠 값을 부풀린 뒤 1억여원을 챙긴 사실이 적발돼 구속됐다.
입찰 업체와 짜고 티셔츠값 1억4300만원 빼돌려
2일 경기 광명경찰서는 전날 배임수재, 업무상 배임, 입찰방해 등 혐의로 기아 노조 간부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기아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나눠 줄 단체 티셔츠 2만8200벌을 구입했다. 티셔츠 원가는 1장당 1만300원이었지만 A씨는 입찰업체와 짜고 1장당 1만5400원에 납품하도록 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1억43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노조원들 "걸레짝 같은 쓰레기를 사왔냐" 항의
당시 노조는 노조 집행부가 파업 등에 쓰기 위해 만들어 놓은 '쟁의기금' 수억원을 들여 단체 티셔츠를 구매해 조합원들에게 배부했으나 조합원들은 티셔츠의 재질이 값싸고 라벨도 의류 업체가 아닌 모 가구업체의 것이 붙어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광명 소하리 공장에 먼저 티셔츠를 나눠줬다가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지자 이후 광주 공장에 배부할 때부터는 티셔츠의 라벨을 가위로 잘라 나눠준 사실이 알려지며 항의가 더 거세졌다.
조합원들은 "걸레짝 같은 쓰레기를 사왔느냐. 개나 입혀라", "이게 1만6천원짜리냐. 개나 줘라" 등의 문구를 써서 사진으로 공유했으며, 일부는 티셔츠를 찢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조합원들은 또 "노조 집행부가 구매한 티셔츠의 가격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공개하라"고 노조 측에 요구해왔다.
이에 노조는 "협력업체가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지난 1월 일부 조합원이 국민신문고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 수사결과, 납품업체 선정부터 조작
경찰은 수사에 착수해 노조원들과 납품업체 관계자 등 11명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조사 결과 납품 업체 선정 역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납품 업체 선정은 공개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A씨는 입찰에 참여한 두 업체 모두와 사전 모의해 특정 업체가 선정되도록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B업체가 더 높은 가격을 쓰도록 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쓴 C업체가 선정되도록 조작했다. 이후 C업체는 입찰가와 원가 간의 차액을 A씨가 아닌 다른 조합원 D씨에게 건넸다. 이 돈은 여러 단계를 거쳐 현금으로 인출된 뒤 A씨에게 전달됐다.
경찰은 B업체와 C업체 대표 및 관계자, 현금을 전달한 D씨 등 11명도 입찰방해, 금융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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