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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상생금융 시즌2 개막.. 銀 '자발적' 보따리 풀고, 당국은 지주회장 면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3 17:18

수정 2023.11.03 17:37

尹대통령 '소상공인이 銀 종노릇' '銀 앉아서 돈 벌어'
발언 이후 銀 상생금융 보따리 풀어
16일 김주현·이복현, 금융지주 회장 만나 현안 논의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1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한다고 한다', '앉아서 돈 벌고 그 안에서 출세하는 게 문제'라며 은행업계를 강도높게 비판한 후 은행들의 "자발적" 상생금융 보따리가 나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16일(잠정)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은행권의 사회공헌방안과 과점적 운영형태 개선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주현·이복현 11월 셋째주 금융지주 회장 만나 '상생금융' 당부
3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당국 관계자들은 오는 16일(잠정) 주요 금융지주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상반기와 같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참여할지를 비롯해 정확한 날짜와 형식, 안건 등을 현재 조율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를 준비 중이었다"라며 "상생금융 외에 현안과 관련한 다양한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앉아서 돈을 벌고 그 안에서 출세하는 것이 문제"라며 은행업계 독과점을 직격한 지 약 2주 만으로, 상생금융이 중점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 후속 조치, 가계·기업대출 관리 방안과 금융지주의 규제혁신 건의 방안도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2023.5.23/뉴스1.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2023.5.23/뉴스1.
■'매도 먼저...' 시중銀 상생금융 보따리 발표
이에 앞서 일부 시중은행들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라며 자발적으로 상생금융 행렬에 나섰다.

이날 하나은행은 소상공인·자영업자 고객을 위한 1000억원 규모 금융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오는 12월부터 순차적으로 △이자 캐시백 △서민금융 공급 확대 △에너지 생활비·통신비 지원 △경영 컨설팅 등을 해준다. 이자 캐시백 대상은 △코로나19 원금상환·이자상환 유예 고객 △뿌리산업인 제조업 영위 고객 △희망플러스 보증부 대출 이용 고객 △지역신용재단 보증서로 신규 대출을 받는 고객 등이다.

우리금융도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상생금융 패키지'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날 오전 임 회장은 전 그룹사 대표를 불러 모아 지난 상생금융 현황을 점검하고 신속한 실행을 주문, 계열사별 추가적인 방안도 고민하도록 지시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상생금융 확대를 독려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상생금융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검토에 나섰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소상공인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진정성 있는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룹 회장 주도로 은행 중심의 제대로 된 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 하, 주말에도 계속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지주 차원에서 이를 살펴보고 이르면 이번 주 내 방안이 나올 예정이다.

■출연금에 상생보따리까지? 銀 이중고
은행의 자발적 고통분담을 유도하는 정부의 상생금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올 초에도 윤 대통령의 '은행 돈 잔치' 발언이 전 금융권의 상생금융 동참으로 이어졌던 바 있다. 당시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은 줄줄이 수수료 및 금리 인하, 연체이자율 감면, 원금상환 지원, 채무감면 등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금감원 집계에 따르면 은행권(9개), 여전업권(7개), 보험업권(2개)이 올 3~8월 내놓은 상생금융 대책 규모는 총 1조1479억원, 실제 집행 실적은 4700억원 규모에 이른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상생금융 시즌2'를 시작하면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정치권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횡재세 제도화에 신중한 의견을 밝혔던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한 압박 강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은 지난 2일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금융권의 수신(예금) 경쟁 심화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수신 금리 등 과당 경쟁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금융사) 경영진 면담으로 건전한 경영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높은 금리로 소상공인이 신음하는 가운데 은행이 과점 체계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비판이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은 지난 3월 31일, 지난 7월 5일에도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대출가산금리 인하 등 은행권의 서민금융부담 완화대책을 당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분명 은행권 공동으로 무언가를 하라고 할 것"이라며 "은행 개별로 하면 이에 더해 추가로 비용이 더 드는 것이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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