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최 전시 방호대책 토론회에서 '핵무장론' 나와
오세훈 시장 비현실적이란 인식 우세
韓핵무장 비현실적이란 인식 여전히 우세
오세훈 시장 비현실적이란 인식 우세
韓핵무장 비현실적이란 인식 여전히 우세
전시 방호대책 토론회에서 '핵무장론' 나와
서울시는 지난 2일 수도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김규하 수방사령관을 비롯해 서울시 통합방위협의회 위원, 안보정책자문단, 핵 및 방호분야 국내 전문가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본 서울시 핵·미사일 방호 발전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최초로 열린 전시 방호대책 토론회다.
전문가들의 입을 빌리긴 했지만 이번 포럼은 핵무장론을 꾸준히 외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포럼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주최가 돼 처음으로 안보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서울시가 천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 만큼 최첨단 과학기술이 가져온 무기체계의 변화, 안보상황의 변화 등을 계속해서 토론 시리즈로 다뤄야겠다고 관련부서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우리나라의 자체 핵 무장론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에 나서면서 핵 개발론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2019년 발간한 본인 저서 '미래 :미래를 보는 세 개의 창'에서도 오 시장은 "우리가 핵 개발 능력을 보유하려는 시도를 하는 순간, 혹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전술핵을 재배치하려는 순간, 북한 핵의 폐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적어도 일본 정도의 핵 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미동맹을 포함한 모든 대북 핵 억지 기제가 작동하지 않을 때, 비핵화를 위한 모든 정책 옵션이 고갈되고 있을 때, 바로 핵무기 개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결심만 하면 언제라도 할 수 있는 태세 정도는 갖춰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서울시장 재임에 성공한 뒤에는 말을 아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다시 핵 무장론을 꺼내 들었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되던 시점 페이스북을 통해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 한국이 핵 보유 옵션을 열어놔야 한다"며 "우리가 핵보유 가능성까지 검토할 때 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압박해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 실현 가능성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자했다.
이어 3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오 시장은 "북한이 최소 수십 개의 핵탄두를 확보한 가운데 핵무기 개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고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더는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지난 8월 말에는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서 "북한에 상응하기 위한 방어체계를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재원보다 핵무기 개발에 들어가는 재원이 훨씬 경제적"이라며 핵 무장론에 재차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美에서 韓핵무장론 조금씩 나와"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도 지난 10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확히 비중을 말하긴 어렵지만 북한 비핵화 가능성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평가가 있다"며 "그런(우리나라의 자체 핵무장) 논의들이 정치권이나 학계에서 과거에 비해 조금씩 나오는 것은 사실이고, 그만큼 한반도의 안보적인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을 이틀 앞둔 지난 4월 13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을 시험 발사하고 이를 다음날 노동신문 등을 통해 공개했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자를 한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정성장 박사에 따르면 북한이 기존의 액체연료가 아닌 발사 준비 시간이 대폭 단축된 고체연료 기반의 ICBM을 시험발사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정 박사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 간 확전이 일어나면 과연 미국이 핵무기로 북한을 보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미국은 지금도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미국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핵무기로 북한에게 어떻게 보복할 것인지 한국과 구체적으로 협의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 국방부가 최근 시진핑 집권 3기에 대만 침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는 등 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이미 중동과 동유럽에서 각각 간접적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북한이 도발할 경우 미국의 여력이 한반도에 닿을 수 있는지 우려되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월 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3242명 중 50%는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경우 미군이 방어하는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5% 대비 5%p 하락했다. 2년 전 63%와 비교하면 13%p나 줄었다. 동유럽과 중동에서 대리전을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미국인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동시에 군비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韓핵무장 비현실적이란 인식 우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의 핵무장에 대해선 비현실적이라는 인식이 우세하다. 핵무장론이 오히려 한·미동맹을 해칠 수 있고,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한다고 선언하는 순간 일본도 가세해 동북아의 긴장감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우리나라에서 핵무장 논란이 벌어질 당시 어니스트 모니즈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엔도먼트에서 발행하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칼럼을 통해 "한국을 둘러싼 안보 위협은 현실적이나 핵무장이 답이 될 수는 없다"며 "핵 무장에 나선다면 한국은 지정학적 리더십을 잃고 고립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핵무장은) 동북아시아 내 핵 위협을 키울 뿐 아니라 한미동맹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며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위협적인 길을 선택하기 전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한다"고 기술했다.
통일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2023 통일의식 조사'에서도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001명을 대면 면접 조사한 결과 한국이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응답은 60.2%로 전년 같은 조사(69.0%)보다 8.8%p 감소했다. 지난 2021년에는 같은 조사에서 71.3%가 나온 바 있다. 미국이 가진 핵을 한국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응답도 53.6%로 전년 대비 6.8%p 줄었다.
통일연구원은 "일부에서 진행된 한국의 독자적 핵 보유 논의가 일반 대중에까지 확산되면서 여러 문제점과 비용 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미국 핵 재배치 여론의 약화 이유도 동일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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