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4일(이하 현지시간) 사상최대 규모인 1572억달러(약 206조원) 규모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버핏이 보기에 지금 증시 흐름으로는 마땅히 투자할 대상이 없었다는 뜻이다.
버핏은 대신 3·4분기 국채 투자를 확대했다.
주가가 하락하고 국채 수익률이 뛰는 기간 이자 수익을 노리고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
한편 버크셔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최대 규모인 애플 주가가 3·4분기 12% 하락하는 등 주식시장이 부진했던 탓에 버크셔는 주식 투자에서 241억달러(약 31조6000억원)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대신 버크셔 산하 자동차 보험사 가이코,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BNSF), 유틸리티 등이 107억6100만달러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76억5100만달러에 비해 영업이익이 40.6% 폭증했다.
사상최대 현금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버크셔는 4일 공개한 3·4분기 실적에서 9월말 현재 보유현금 규모가 1572억달러라고 밝혔다.
2021년 9월에 기록한 이전 사상최고치 1492억달러에 비해 보유 현금 규모가 5.4% 늘었다.
지난 6월 버핏이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율을 각각 8.5% 이상으로 늘리는 등 일본 투자를 2·4분기 중 확대하고, 독립석유업체 옥시덴털페트롤리엄 투자도 늘렸지만 3·4분기에는 몸을 사렸다.
믿을 건 국채 뿐
버핏은 3·4분기에는 국채 투자를 대폭 늘렸다.
보유 현금 대부분을 수익률 5%가 넘는 단기 국채에 투자했다.
지난해말 930억달러 수준이던 단기국채 보유 규모가 9월말 1264억달러로 늘었다. 9개월 사이 단기 국채 보유 규모가 334억달러(36%) 폭증했다.
버크셔는 주로 단기국채 이자 수익이 늘어난 덕에 3·4분기 이자·기타 투자수익이 1년 전에 비해 13억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은 줄여
버핏은 올들어 자사주 매입을 대거 줄이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대규모 과세 방안을 비판하고 나섰던 것이 무색할 정도다.
버핏은 자사주 매입을 비판한 바이든 대통령을 '경제 문외한' '언변 좋은 정치 선동가'라고 폄훼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스스로는 자사주 매입을 대폭 줄였다.
1·4분기 44억달러였던 자사주 매입 규모가 2·4분기 14억달러, 3·4분기에는 이보다 더 적은 11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애플, 34조원 평가익에서 31조원 평가손 전환
버핏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75%가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셰브론,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5개 종목에 집중돼 있었다. 애플 주가 하락 여파로 2·4분기 78%에서 3%p 비중이 축소됐다.
애플은 3·4분기 중 주가가 11.7% 하락해 투자평가액이 6월말 1776억달러에서 9월말 1190억달러로 줄었다.
포트폴리오 2위 종목은 계속해서 BofA가 이어갔다. 평가액은 애플과 달리 296억달러에서 342억달러로 늘었다.
셰브론은 포트폴리오 순위가 석 달 사이 5위에서 3위로 껑충 뛰었다. 유가 상승으로 주가가 이 기간 7% 넘게 뛴 덕이다. 투자평가액이 194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대폭 뛰었다.
반면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평가액이 296억달러에서 224억달러로 쪼그라들며 순위가 3위에서 5위로 추락했다.
코카콜라는 241억달러에서 254억달러로 평가액이 높아진 가운데 4위 자리를 지속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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