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당시 대한민국은 잘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 국가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22개국 198만여명의 청년들은 이름조차 낯선 대한민국으로 달려와 유엔군의 깃발 아래 목숨을 걸고 용감하게 싸웠다. 3년이 넘는 기간 4만여명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고, 11만3000여명이 부상을 입거나 실종 또는 포로가 되었다. 인생의 가장 빛나는 젊은 시절에 목숨을 걸고 머나먼 타국의 땅인 대한민국을 지켜준 것이다. 이들의 희생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함 그 자체이다. 유엔참전용사들의 공헌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국가보훈부는 다양한 국제보훈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유엔참전용사와 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하거나 현지로 찾아가 그들의 희생에 감사를 표명하고 있으며, 참전용사 후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교류캠프를 개최해 참전의 인연을 미래세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유엔참전용사가 전우들이 묻힌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기를 희망하는 경우 최고의 예우로 유해봉환과 안장식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로, 현재 11개국 용사 2320명이 안장되어 있다. 이번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을 계기로 총 7분의 유엔참전용사가 대한민국에 잠들 예정이다. 11월 11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기념식 직후 콜롬비아 참전용사 4분의 안장식이 거행된다. 이 중 고 호세 레온님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지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참전을 결정했다"는 말씀을 남겨 우리에게 큰 감동을 선사해주셨다. 바로 이어서 영국 참전용사 2분의 안장식이 거행되는데, 고 브라이언 제임스 로렌슨님은 "생전에 군인으로서 한국을 위해 싸운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고,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시며 대한민국 안장을 희망했다. 벨기에 참전용사 고 레옹 보스케님은 참전으로 유엔 종군기장, 벨기에 의용군 훈장 등 다수의 훈장을 받으셨고 "참전한 유엔참전국의 전우들과 함께 쉬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오는 15일 유엔기념공원에서 영면에 들 예정이다.
지난 2015년 고 레몽 베르나르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9분이 유엔기념공원에 사후 안장되었고, 위의 7분을 더하면 총 26분의 유엔참전용사가 대한민국에 안장되는 것이다. 이분들은 70여년 전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와 청춘을 바쳤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전장에서 보낸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험일 수도 있지만, 이분들은 자신들이 지켜낸 대한민국을 잊지 않았고, 대한민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대한민국에 묻히기를 택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년 11월 11일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고 그룬디님은 생전에 한 강연에서 "여러분의 내일을 위해, 우리의 오늘을 바쳤다"며 "오래된 일이지만 늘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평화와 자유의 대의를 위해 청춘과 목숨을 바친 유엔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헌신에 보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11월 11일 11시, 1분간 부산을 향한 묵념에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윤종진 국가보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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