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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세수, 외평기금서 메우는 정부… 환율 대응 '구멍' 생길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5 19:35

수정 2023.11.05 19:35

외환보유액 줄고 대외변수 증가
"변동성 커지는데… 재원 축소 우려"
국회 예산정책처 '신중론' 제기
부족한 세수, 외평기금서 메우는 정부… 환율 대응 '구멍' 생길라
유사시 환율 대응에 필요한 기금이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데 동원되자 국회 예산정책처가 '신중론'을 제기했다. 올해 59조1000억원의 세수결손 가운데 20조원가량은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충당될 전망이다. 그간의 저환율 흐름 속에서 쌓아둔 원화를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최근의 대외 불확실성 증가와 더불어 잇따른 외환보유액 감소가 제동을 걸고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28억7000만달러다.
최근 1년 가운데 최저치를 찍었던 지난 9월보다 12억4000만달러를 더 줄였다. 연속 석달째 감소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달러 감소는 원화 증가와 맞물려야 한다. 달러를 다시 채워야 할 때 외평기금의 원화를 써야 해서다. 예정처가 지적한 부분도 세수결손을 메우며 발생하는 원화 재원의 감소다. 예정처는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기획재정위원회' 보고서에서 "기획재정부는 2023년 세수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외평기금의 여유재원 20조원 내외를 활용할 계획이며 이는 외평기금의 원화재원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평기금은 외환 시장의 수급안정을 위해 원화와 외환을 동시에 보유하는 기금이다. 고금리 통화인 원화는 장기로 차입하고 저금리 통화인 달러는 안전자산 개념으로 단기 운용하는 방식이다. 구조적으로 원화에 대한 채무를 짊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세수결손 대응이 더해지면 재원 감소는 자연스럽게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재부는 공자기금 예수와 원화표시 외평채 발행을 통해 기금의 충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예정처는 세수결손 대응, 공자기금 조기상환 등으로 인해 감소하는 원화재원은 2023∼2024년 2년간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정처는 "환율의 높은 변동성을 고려할 때 원화재원의 보유량을 급격히 줄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간 쌓아둔 원화재원 역시 2020년부터 올해 2·4분기까지 이뤄진 적극적인 환율방어가 배경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4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우리나라는 627억2300만달러를 팔아 치웠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으로 환율이 1445원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2·4분기와 3·4분기 동안에만 330억달러가 원화로 탈바꿈했다.

원화를 키웠던 환율 변동이 반대로 일어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예정처는 특히 우리나라의 환율 변동성이 선진국 및 신흥국 대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2023년 1∼4월 기준 우리나라의 환율 변동성은 0.7%p로 34개국(선진국 10개국, 신흥국 24개국) 전체 평균(0.6%p)이나 선진국(0.65%p), 신흥국(0.58%p) 모두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다만 현재의 기조적 흐름이 이어진다면 정부의 예측이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적정 외화보유액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단기외채, 최근 3개월 평균 수입액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4200억달러 수준은 적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환율 흐름 역시 "3·4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침체 신호를 보이고 있다"며 "급격하게 환율이 오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적다"고 말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역시 "외평기금의 역할은 추세를 거스르기보다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침체와 우리나라의 반등 신호가 서로 상쇄하는 모양새로 짧은 시간에 급격한 변동이 일어날 요인이 적다"고 설명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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