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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붓질로 피워낸 형형색색 장미 [손이천의 '머니&아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6 18:10

수정 2023.11.06 18:13

황염수 '장미'
황염수 '장미' /케이옥션 제공
황염수 '장미' /케이옥션 제공
황염수(1917-2008)는 초기에는 도봉산, 오동도 등을 직접 다니며 풍경을 그렸으나, 1960년대 중반 친구를 따라간 장미원에서 장미의 매력에 빠진 후 40여년 간 장미를 그려 '장미의 화가'라는 호칭을 얻었다.

더욱이 황염수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화가가 장미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면 그것도 그림이냐고 무시하는 풍토가 있었기에, 40여년간 꽃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확고한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한 황염수의 의지가 더욱 돋보인다.

"아직도 내가 그린 장미그림이 성이 안 찹니다. 실제 장미가 더 아름답기 때문이지요. 어떻게 하면 실제 장미보다 더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는지 궁리하고 있습니다."

평양 출신인 황염수는 이중섭(1916~1956)과 절친이었기에 1917년에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유족에 따르면 황염수는 1919년 이후에 태어났다고 한다.
1934년과 1935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였고, 일본 제국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1942년 졸업했다. 한국 전쟁이 발발하며 월남한 황염수는, 한국 미술계에 현대미술로 도약하는 흐름 속에서 추상으로 움직임이 활발하던 1950년대 후반 '모던아트협회'를 창립하고 박고석, 한묵, 유영국 등과 함께 활동했다.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린, 짙은 윤곽선과 강렬한 색채가 특징인 장미는 반쯤 핀 봉오리, 활짝 핀 꽃봉오리, 이미 진 장미 등 다양한 모습인데, 작가는 순간순간 꽃의 느낌을 제대로 담기 위해 직접 꽃을 보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어스름한 새벽에 직접 남대문 꽃시장을 찾아가 장미를 직접 고르기도 했는데, 절약이 몸에 밴 작가는 장미만큼은 가장 좋은 것으로 샀다고 한다.
좋은 장미를 마주해야 좋은 감정이 생기고, 그래야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더욱이 비단염색공장을 했던 모친의 영향을 받아 뛰어난 색채감각을 지니고 있던 황염수의 장미는 빨강과 보라, 주황과 노랑, 분홍과 파랑 등 대담한 원색의 사용으로 독특한 이미지를 지닌다.
장미 이외에도 양귀비, 수선화, 아네모네, 해바라기 등 현란한 색으로 표현된 그의 꽃 그림들은 강렬한 향기를 뿜어낸다.

K옥션 수석경매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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