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상승에 서민들 시름 "조금만 집어도 10만원 훌쩍 넘어"
정부, TF 가동하고 물가관리 나서... 라면·빵 등 7개 품목 담당자 지정
전문가들 "정부 가격 직접 통제 물가상승 압력확대 역효과 우려"
정부, TF 가동하고 물가관리 나서... 라면·빵 등 7개 품목 담당자 지정
전문가들 "정부 가격 직접 통제 물가상승 압력확대 역효과 우려"
서울시 강서구에 사는 김모씨(64)는 지난 4일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아침 식사 대용으로 마시던 우유를 사지 않고 결국 두유를 골랐다. 김씨는 "우유나 과일 등의 가격이 대폭 올랐다"면서 "최대한 저렴하게 사기 위해 마트, 시장 가리지 않고 가고 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먹거리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물가관리TF를 가동하고 소위 '빵 과장' '라면 사무관' 등을 도입해 주요 품목 가격이 출렁이는 것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문가가 가격을 지나치게 통제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회사에서 삼시세끼 먹겠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이는 특정 기간을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한 누계비 기준으로 본 것이다. 누계비 기준 올해 식료품·비주류 음료의 물가 상승률은 6월까지 5% 이상을 유지하다가 7∼9월 4.9%로 내려왔으나 지난달에 다시 올랐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19년 0.0%에서 2020년 4.4%로 치솟은 뒤 2021년 5.9%, 지난해 5.9%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까지 3년 연속 5%를 넘기게 된다. 이는 2009∼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가공식품 등의 물가가 오른 영향이다. 최근에는 이상기온까지 겹치면서 과일·채소류 등의 가격도 오름세를 보인다.
품목별로 보면 올해 1∼10월 생강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97.0%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다. 당근(33.8%)·양파(21.5%) 등의 채소류와 드레싱(29.5%), 잼(23.9%), 치즈(23.1%) 등의 가공식품도 20% 넘게 올랐다. 과실 중에서는 귤(18.3%), 사과(17.2%)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날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대형마트도 올라간 물가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1L 서울우유는 2990원에 팔고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2.0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3%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8월(20.8%) 이후 14년 2개월 만의 최고치다. 절단 손질 대파 500g은 2780원이며, 양파 1.5kg에 3270원에 달했다. 장을 보던 이모씨(33)는 "평소에 편하게 구입하던 파와 양파 등의 가격이 급격하게 올랐다"며 "절약을 위해 지난달부터 회사 식당에서 최대한 삼시 세끼를 먹으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면 사무관' 등장에 전문가들 "부작용 우려"
물가 상승에 정부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주요 식품의 물가를 품목별로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이에 라면과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과 설탕, 우유 등 7가지 설탕, 우유까지 모두 7가지 품목의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전담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 2일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든 부처가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할 것"이라면서 각 부처 차관이 물가 안정책임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방식은 11년 전 이명박(MB) 정부 시절과 비슷하다. 2012년 정부는 '물가안정 책임제'를 시행하면서 1급 공무원이 서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의 물가 관리를 책임지도록 했다. 소위 '빵 과장' '라면 사무관' 등이 부활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달갑지 않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서민 고충을 덜기 위한 정부 노력은 인정하지만 개별 품목의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물가 자원배분이 왜곡돼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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