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배우 이선균씨와 가수 지드래곤(권지용) 등 '마약 투약' 스캔들에 휘말린 유명인들이 잇따라 고의성과 혐의를 부인하면서 경찰 수사가 더뎌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진술이 있어도 투약한 증거를 찾지 못했거나, 진술과 증거 모두 없는 경우가 발생했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혐의를 부인하다 증거가 나올 경우 재판 단계에서는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회성 투약이며 고의성 마저 없다는 게 밝혀질 경우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고의성·혐의 부인이 미칠 영향은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배우 이선균(48)씨는 지난 4일 마약 투약 혐의로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의 조사를 위해 출석했다. 이씨는 이날 "마약한 줄 모르고 투약했다"며 "유흥업소 실장 A씨(29·여)가 나를 속이고 무언가를 줬다. 마약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며 고의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투약 혐의로 7일 첫 조사를 받으러 경찰에 출석한 가수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은 혐의를 부인했다. 권씨는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냐'는 질문에 "저는 마약 관련 범죄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법조계는 고의성이 없다는 게 인정되는 경우 처벌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약인 것을 모르고 속아서 마약을 투약한 경우 오히려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로 신분이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와 같이 아이들이 속아서 마약을 음용한 사례에서 아이들은 공갈 피해자가 된다"이라며 "고의성이 없으면 음용량이 많더라도 처벌은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의성이 없었음을 주장했다가 이를 입증하지 못해 징역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 배우 A씨는 지난 2001년 필로폰을 3회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는데, A씨는 당시 "마약을 최음제인 줄 알고 투약했다"며 고의성을 부인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A씨는 '마취과 의사로부터 받아온 코카인 같은 마약'이라는 말을 강씨(동반 마약 투약자)에게 들었을 때 이미 필로폰이 혼합된 술이라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혐의 부인' 자신감...유죄시 불이익
혐의 자체를 완강하게 부인하는 경우 증거가 나왔을 때는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혐의를 인정하는 것은 수사 단계 혹은 유죄를 선고할 때 양형을 고려하는 기준 중 하나인 '반성하는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반성하는 태도는 대부분 정상 참작돼 형을 줄여주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반대로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반성을 하지 않는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권씨가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검찰에서 수사를 받을 당시도 '반성 여부'가 결론에 영향을 끼쳤다. 권씨는 2011년 일본에서 대마초를 피웠고 같은 해 검찰에서 모발 검사를 한 결과 양성으로 판정됐는데, 권씨는 검찰 조사에서 "한 클럽에서 이름을 모르는 일본 사람이 준 담배를 피웠는데 냄새가 일반 담배와 달라 대마초로 의심이 들었지만 조금 피운 것은 사실"이라며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전과 여부·투약량·반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권씨가 조사 과정에서 자백했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수사받는 권씨의 경우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상태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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