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팔리는 장소 등에 따라 바뀐다. 예를 들어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하는 신라면의 가격은 편의점과 다르고, 운행 중인 비행기에서 다르고,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매점에서도 다르다. 상품의 가격이 변하는 것처럼 '돈' 자체의 가격이 변하기도 한다. 그 나라의 경제 상황에 따라 같은 100달러라도 전혀 다른 가치를 갖는다. 미국 뉴욕의 한인 식당에서는 100달러로 고작해야 삼겹살 2인 세트 정도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돈으로 베트남의 관광지 나짱에 가면 두 명이서 선상 리조트에 올라 약 3시간 가량 석양을 보며 랍스터(혹은 크레이피시) 코스 요리를 즐기고 호텔까지 그랩 차량을 타고 편하게 갈 수 있다.
■브랜드, 혹은 브랜드 이미지의 힘
어린 시절 모터를 넣어 트랙에 굴리는 미니카가 유행했었다. 당시 미니카를 소재로 한 만화가 유행하며 대부분 아이들이 미니카 한 두 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중 가장 최고였던 제품은 '타미야'란 회사의 미니카였다. 국산이나 중국산 미니카 한 대의 가격이 2000원~4000원 이었다면 타미야 미니카는 2배 이상 비싼 7000원~8000원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높은 가격이 붙어 있어 좋은 브랜드인지, 좋은 브랜드라 높은 가격이 붙어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얼마 전 베트남 호찌민과 인근 도시로 휴가를 다녀왔다. 관광객이 많은 호찌민 1군 지역에서는 다양한 한국 회사의 브랜드를 만날 수 있었다. 한국 관광객이 출국 때 한가득 쇼핑을 해오는 롯데마트를 비롯해, 롯데리아, 뚜레쥬르, GS25는 물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사실은 한국에서는 편하게 갈 수 있는 제과점인 뚜레쥬르와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롯데리아가 베트남 현지에서는 '타미야' 미니카처럼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햄버거 2개, 음료 2개, 치킨 2조각, 감자튀김 1개가 세트인 2인 세트 가격이 현지 돈으로 189만동(한국동 1만원 정도)였는데 현지에 있는 저렴한 해산물 요리집에서 요리 3~4개는 거뜬히 시켜 먹을 수 있는 돈이었다. 또 한국에서는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맥도날드의 비슷한 구성과 비교해도 1.5배~2배 정도 비쌌다. 한국에서는 1개당 3000원~4000원은 족히 넘을 생망고를 갈아서 파는 과일 스무디(신토)는 1000원 정도면 먹을 수 있었다.
뚜레쥬르 베이커리 역시 음료의 가격은 현지 로컬 커피 브랜드와 비교해 2배 정도 비쌌다. 할로윈을 앞두고 판매하는 케이크의 가격도 한국돈으로 2만원 중반대로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싸지는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공개한 외국인이 보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 조사를 시행한 결과 2021년 기준 한국에 대한 긍정 평가 1위는 95%를 기록한 베트남이다. 가장 낮은 국가인 일본(35%)와 비교하면 2배 이상 한국을 좋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메시의 나라 아르헨티나에선 지금 무슨 일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아르헨티나. 메시의 나라인 그곳은 현재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하고 있다. 국가 경제가 파탄나면서 1년에 물가가 2배 이상 오르고 있는 것이다.
여행유튜버 '뜨랑낄로'는 2개월 전 '경제 폭망, 물가 곱창난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만 원으로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란 제목의 영상에서 아르헨티나의 현 상황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실시간으로 환율이 올라 ATM이 없는 그곳에서 그는 100달러를 환전하기 위해 은행에 들린다. 하지만 복수의 은행이 환전을 거절하고, 그는 거리에 넘쳐나는 불번 환전 매매상에게 100달러를 환전한다. 하루 이틀 사이에도 현지 화폐인 페소의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월급을 받으면 바로 물건을 사거나, 달러로 바꾸려고 하고, 정부는 달러를 국민들이 달러를 못사게 제한을 두는 상황이다.
기준금리 97%, 1년 인플레이션율이 121%에 달한다. "페소로 월급을 받아 현지에서 아이폰의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2배 정도 비싸다"고 한다.
그는 한국돈 1만원(4400페소)로 현지에서 얼마나 살 수 있는지 순서대로 보여준다. 먼저 빵 가게에서 크루아상과 현지 빵(엠빠나다)를 600원에 구입한다. 이후 과일 가게에 들러 사과와 바나나 키위 각 1개를 700원에 산다. 이후 공원에서 서브웨이 샌드위치 같은 빵을 1600원에 구매한다. 한국에서 사면 7000원~8000원은 되 보이는 가격이다. 이후 현지 시장에 들러 스테이크와 와인 1잔을 5900원에 사먹는다. 고급 와인은 아닐지라도 컵에 따라주는 와인 한 잔의 가격은 500원 정도다. 현지의 슈퍼마켓에서는 저렴한 와인은 1병에 1000원대, 중간 와인은 2000원~3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와인은 생산이 가능해 저렴한 와인 1병 가격은 코카콜라 1L와 가격이 비슷하다. 뜨랑낄로는 마지막으로 현지 제과점에서 고급 디저트 빵을 2000원에 산다. 그가 쓴 총 금액은 1만800원 정도다.
영상에서 그는 "미국은 기준금리 0.25%를 올린다고 시끄러운데 이곳은 기준금리가 97%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이곳 사람들은 정치적, 국제적, 지리학적 영향으로 이런 상황"이라며 "만약 내가 아르헨티나 사람이고 외국인이 달러를 페소로 바꿔서 흥청망청 싸다고 돌아다니면 화가 날것 같은데 그럼에도 이곳 사람들은 모두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해준다"고 말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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