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물가 4% 근접...연 상승률도 상향
가처분소득 낮은 청년층 부담↑
'거지방 챌린지' 등 씀씀이 줄이는 풍조 만연
"대외여건 요인 통화 정책 한계 보여"
경기 부양 필요성↑
[파이낸셜뉴스] 서민들의 소비여력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과일은 사치품이 됐다. 돈 쓰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는 '짠테크'가 대세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10월까지 3개월 연속 3%대를 기록, 4%대를 넘보는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 상반기 예상했던 올해 물가 전망치를 0.2%포인트 상향조정한 3.6%로 수정했다. 연말까지 국민들의 지갑 사정은 나아질 여지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12일 통계청 기준 10월 물가 상승률은 3.8%로 7월(2.3%), 8월(3.4%), 9월(3.7%) 이어진 3·4분기 오름세를 유지했다. 물가 둔화세를 보였던 2·4분기 4월(3.7%), 5월(3.3%), 6월(2.7%)보다 체감물가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메신저 내 '거지방'에서 서로가 "어디 감히 돈을 쓰느냐"며 소비를 말려줬던 4월 물가보다 사정이 더 팍팍해졌다.
'물가 2%대 조기진입'을 달성했던 2·4분기에도 주머니 사정은 얼어붙었다. 통계청 마이크로 데이터에 따르면 39세 이하 가구에서 2·4분기 평균 가처분소득은 355만1847원으로 1·4분기 392만7277원 대비 9.6%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근로자 가구'의 여윳돈이 42만263원(-10.0%) 줄었다. 39세 이하 근로자 가구의 평균 월급이 430만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한 분기만에 청년층 직장인들은 10%의 '월급 삭감'을 경험한 셈이다.
외식 등 서비스산업 이용을 없애는 '무지출 챌린지'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직접 장을 보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10월 주요 가공식품 32개 품목 가운데 24개 품목이 전년 대비 가격 상승을 나타냈다.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품목도 절반이 넘는 13개였다. 참기름 27.8%, 된장 29.6%, 설탕 11.3% 등 '무지출'이 불가능한 항목들 모두 가격을 올렸다. 특히 추석기간 사과 가격이 전년대비 동기 72.4%로 두배 가까이 오르며 "과일도 사치"라는 인식을 높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수요가 늘어서 물가가 오르는 것은 금리를 높여서 잡을 수 있지만 가격이 오르는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은 금리로 잡기 어렵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가격이 오른 만큼 소득이 받쳐줘야 한다"며 "대외여건 상 금리를 낮추기는 어렵지만 재정은 확장적으로 가져가며 경기를 부양시킬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에서 선결돼야 할 시급 과제는 물가"라며 "인플레이션이 잡혀서 가계 부담이 내려가고, 기업 투자도 활발해져서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반등의 출발점"이라고 진단했다.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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