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누출사고 피해 우려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다 징계처분을 받은 근로자가 대법원에서 무효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일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 근로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16년 7월 26일 오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세종시 부강산업단지 내 KOC솔루션 공장에서 화학물질인 티오비스 약 300ℓ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티오비스는 상온에 노출되는 경우 분해되면서 유독성 기체인 황화수소를 발생시킨다.
당일 오전 8시 30분 무렵 '사고지점으로부터 반경 50m 거리까지 대피를 하라'는 취지의 대피방송이 있었고, 오전 9시20분 무렵에는 사고지점으로부터 반경 500m~1km 거리에 있는 금호 1.2.3리 마을 주민들에게 창문을 폐쇄하고 외부 출입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대피방송도 나왔다. 산업단지 관리사무소장은 통제선 내에 있는 6개 공장 근로자들에 대해 대피를 유도했지만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200m 정도의 거리에 있는 콘티넨탈 작업장의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대피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당일 오전 9시 무렵 KOC솔루션 직원 2명이 오심과 어지럼증으로 병원에 이송된 것을 비롯해 다음날 오후까지 사고 발생 공장과 인근 공장의 근로자들 30명이 두통, 어지러움, 오심, 구토 등을 호소하여 치료를 받기도 했다.
A씨는 콘티넨탈 근로자로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 지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사고 당일 오전 9시쯤 사고 소식을 듣고 회사에 대피명령을 내리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이후에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작업장을 떠나며 당시 작업 중이던 조합원 28명에게도 대피하라고 했다.A씨는 2016년 7월 28일에는 회사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기자회견문도 발표했다.
회사는 A씨가 조합원들과 작업장을 무단이탈했고 기자회견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은 회사 징계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만한 급박한 위험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사고로 누출된 화학물질에서 발생한 황화수소의 유해성, 사고 당시 피해범위 예측이 어렵고 상당한 거리까지 유해물질이 퍼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점 등을 볼 때 A씨의 작업중지권 행사는 적법했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은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200m 이상 떨어진 공장에서도 오심, 구토, 두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발생했던 점 등을 보면 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200m 정도의 거리에 있던 콘티넨탈 회사 작업장이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위치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가 노동조합의 대표로 대피를 권유하는 근로감독관의 발언을 토대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인식해 대피하면서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대피를 권유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작업중지권 행사의 요건,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의 판단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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