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국채매입 자금서 빼서 충당
[파이낸셜뉴스] 국민연금의 급여지급 예산이 약 2조8000억원 펑크난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앞당기는 대신 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조기노령연금제도'를 신청한 이들이 급증한 영향이다.
결국 국민연금은 단기자금, 국채매입 자금에서 빼서 '부족분'을 메꾸는데, 국민연금의 국채 매입 축소가 국채에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 급여지급 예산은 36조2000여억원이지만, 9월까지 집행액이 29조원을 넘었다. 연말까지 약 39조원이 필요, 약 2조8500억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분 급여비 지급부터 당장 줄 돈이 없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신규 수급자수가 23만명에서 34만명으로 전망치를 11만명 상회한 영향이다. 조기노령연금제도를 신청하는 이들이 급증했다. 올해 연금 수급 나이가 63세로 1년 늦춰졌고, 2022년 9월부터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이 연소득 34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강화된 영향이다. 이들은 1년 일찍 받으면 연 6%, 5년 앞당겨 받으면 30%가 깍인 연금을 평생받는 손해를 감수하는 셈이다. 중기재정전망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 후반으로 봤지만 실제로 5%를 넘은 것도 한몫했다.
이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날 모자란 급여지급 예산 확보를 위해 여유자금운용(단기자금운용, 국채매입)에서 약 2조8500억원을 감액키로 의결했다. 단기운용 자금은 약 1조원, 국채매입 자금은 약 1조8000억원 빠진다. 국채매입 자금은 만기되서 회수돼 재투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자금이다. 국민연금의 전체 국채 매입 규모 대비 작지만 국민연금이 국채를 적극적으로 매입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투자자들에게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국민연금의 급여지금 예산 전망이 잘못돼 3조5000억원이 펑크난 것으로 안다"며 "수급자는 앞으로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조기 수령 대신 적기 수령을 유도하는 노력은 부족해보인다. 2070년부터 노인인구가 생산가능인구보다 많아지는 구조로 전환되는 만큼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향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기금운용의 불확실성은 가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증가는 수급개시 연령 상향과 가계 경제의 어려움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예년 대비 증가한 경향이 있다"며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세밀한 분석, 보완해내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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