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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 아니면 분양 안한다...‘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 [부동산아토즈]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1 14:00

수정 2023.11.11 14:16


지방의 한 도심 전경. 사진=뉴시스
지방의 한 도심 전경.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스태크플레이션’은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물가는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요즘 부동산과 스태크플레이션을 합성한 ‘부동산 스태크플레이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거래도 줄고, 가격도 하락하는 가운데 공사비(물가)는 치솟는 상황을 말한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워낙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다 보니 현실화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우려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내년 집값 상승은 없다?...보합·하락 전망 나와

일단 시장 양극화는 더 커지겠지만 내년 주택시장에 대해 전반적으로는 보합이나 하락을 전망하는 분위기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2024년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올해보다 2.0%, 지역별로는 수도권 1.0%, 지방은 3.0% 수준의 하락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원은 “내년에는 정책대출을 포함해 올해보다 대출이 어려운 상황인 데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주택 시장이 다시금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내년도 주택시장 전망을 밝게 보지는 않고 있다.
초양극화가 나타나면서 일부 지역 쏠림만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고금리 장기화 추세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수요가 몰리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간이 격차는 더 심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6% 하락 전망도 내놓고 있다. 김경민 서울대학교 교수는 최근 내년 시장 전망 강연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지난해 10월 수준까지 올라가면 부동산 가격이 약 6%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내년도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큰 폭의 하락은 없겠지만 시장 위축이 이어지면서 보합국면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12억 아니면 분양 안한다...‘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 [부동산아토즈]

물가외 그림자 비용 증가...공사비 계속 오른다?

이런 가운데 공사비는 변수다. 인건비 인상, 원자재값 급등으로 공사비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올 9월 153.67를 기록하고 있다. 1년 전(148.47)보다 3.5% 올랐다. 3년전(119.87)보다는 28% 가량 상승했다. 서울 외곽도 전용 84㎡ 기준으로 분양가격이 12~13억원대다.

그런데 공사비에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물가 인플레 뿐만 아니라 환경 및 안전규제 등이 점점 강화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은 비용도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물가·금리 뿐만 아니라 각종 규제가 더해지면서 공사 기간이 앞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공사비 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기 때는 시장이 침체된 것이 큰 이유였는데, 지금은 시장 침체에 비용이 뛴 것이 더 큰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환경 및 안전규제는 필요하나 이들 법안들로 인해 공사 기간이 늘고 있다”며 “내년에는 공사비 인상으로 연결되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도 시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은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적용된다. 업계는 인증을 위해 인건비를 제외한 건축 공사비만 30%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억 아니면 분양 안한다...‘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 [부동산아토즈]

만약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 될 경우 무엇보다 공급이 큰 타격을 입는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고분양가 단지에서 청약 및 계약률이 하락하고 있다.

치솟는 공사비에 분양가를 낮출 수 없다 보니 시장은 외면한다.
결국 미분양이 폭증하고, 건설사들은 공급을 더 줄인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어떤 대책도 약발을 발휘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게 된다.


시행사 한 임원은 “시장 위축과 공사비 급등은 부동산 시장에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며 “공급이 줄면 줄었지 늘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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