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약성 다이어트약인 속칭 '나비약'을 구하거나 대리구매해준다는 글이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나비약이라 불리는 펜터민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의료용 마약류다. 의료법에 따라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 후 제공해야만 한다. 이 약은 환각 등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에 대량 복용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
불법거래 횡행하는 나비약
12일 본지가 X(옛 트위터) 등 SNS에 '나비약'이란 단어를 검색하자 '#디에타민, #나비약, #펜터민, #댈구(대리구매)'라는 등의 해시테크와 함께 "디에타민 댈구해주실 분"이란 문구가 검색됐다. 디에타민은 펜터민 성분으로 구성된 식욕억제제로 대웅제약이 제조하는 알약이다. 제형이 나비 모양을 하고 있어 나비약으로 불린다.
향정신성의약품을 개인간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나비약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서울 노원경찰서는 나비약을 불법거래하려한 30대 남성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노원경찰서는 지난 7월에도 SNS에서 나비약을 사고판 10대 등 102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기준'에 따르면 식욕억제제 사용 대상은 외인성 비만 환자들이다. △적절한 체중감량 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 △당뇨 등 다른 위험인자가 있는 BMI 27kg/㎡ 이상 환자의 경우 체중감량 요법의 단기간 보조요법으로 식욕억제제가 활용될 수 있다.
향정신성 의약품은 당사자가 지인을 통해 대리처방 받거나 전문업자들이 비만환자 등을 통해 대량으로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제공한 공소장에 따르면 마약투약 혐의를 받는 유아인은 병원에서 부친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 40차례에 걸쳐 마약성 의약품을 불법 대리 처방받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 중 34번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대리 처방을 받았다. 또 5번에 걸쳐 지인에게 자신의 누나 행세를 해달라고 해 마약성 의약품을 대리 처방받게 하기도 했다.
"환청 등 부작용.. 관리 엄격해야"
전문가들은 나비약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의 경우 정상 처방 받더라도 부작용이 큰 만큼 정부 관리가 더 엄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예인 A씨의 경우 지난 2019년 마약류 다이어트약을 처방받고 복용했다가 심한 부작용을 겪었다. A씨는 허공에 주막을 날리고 달리는 차에 갑자기 뛰어드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마약 투약에 대해 무혐의 사실이 밝혀져 풀려났지만 이후 연예계 활동을 장기간 하지 못했다. A씨는 한 시사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환청이 들렸다. '싸워, 싸워, 계속 싸워'라는 소리가 들렸다"면서 "마약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다이어트약 때문이라고는 말해도 아무도 안 믿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대표 변호사는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하면 불법은 아니지만 팔기 위해 대리처방 하는 등 의료업계에서도 더 엄격한 관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필로폰을 중독자들이 필로폰의 대용품으로 나비약을 찾는 데서 알 수 있듯 대량으로 복용할 정도로 극도의 흥분상태를 경험하고, 단약할 시 우울감이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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