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등 요구에 중진들 '불편'
2·3호 쇄신안 수용 여부 불투명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민감한 공천룰을 건드리면서 당 지도부와의 미묘한 긴장관계가 조성되고 있다. 연일 인요한 혁신위가 중진·지도부·친윤석열계를 향해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요구한 후 지도부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2·3호 혁신안 수용 여부도 현재까진 불투명해 보인다.
2·3호 쇄신안 수용 여부 불투명
지도부는 혁신안 수용 이전 속도 조절 이유로 당내 여론 수렴의 필요성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수위가 센 혁신안에 난감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에 지도부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준비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혁신위의 역할이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여권에 따르면, 혁신위는 출범한 지 2주만에 혁신안 1·2·3호를 잇달아 내놓는 등 속도감을 살려 당 혁신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중 지도부가 의결한 사안은 현재까지 '당내 대사면'인 1호 혁신안 뿐이다. 의원정수 감축,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등을 담은 2호 혁신안에 대해선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당내 의견 수렴과 입법 검토 등을 거쳐 추후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청년에 공천 인센티브를 파격 제공하는 내용의 3호 혁신안은 아직 최고위원회 보고 전이다.
공식 혁신안은 아니지만 인 위원장이 권고한 '중진·지도부·대통령 측근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에도 지도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중진들 사이에서 혁신위를 향한 불만도 포착된다. 최근 대구지역 5선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에 절대 갈 일이 없다"며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를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인 위원장은 지난 10일 "시간이 좀 필요하다"면서도 "요구를 좀 더 세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당 지도부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기현 대표는 자신이 먼저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밝혀 다른 의원들이 압박에 의해 결단을 내리는 것보단, 자발적인 움직임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위 20% 공천 배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혁신위가 권고안도 공식 혁신안으로 올리겠다고 예고한 만큼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3호 혁신안에 담긴 '청년 전략지역구 선정'은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와 맞물려 있어 지도부가 결단을 언제까지고 늦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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