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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살인' 이은해·조현수 도피교사 대법서 파기, 왜[서초카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3 06:37

수정 2023.11.13 06:37

[인천=뉴시스] 이영환 기자 =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2.04.19. 20hwan@newsis.com /사진=뉴시스
[인천=뉴시스] 이영환 기자 =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2.04.19. 20hwan@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이은해와 조현수가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해 지인에게 도피를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은 '통상적 도피의 범주'로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두 사람은 '계곡 살인' 피의자로 지목되자 도주를 결심하고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은신처 마련과 도피생활 자금을 부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계곡 살인'은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의 한 계곡에서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 윤모씨를 살해한 사건으로, 이은해와 조현수는 살인 등의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두 사람은 2021년 12월 이 사건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잠적해 약 4개월 간 도망다니다 2022년 4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지인들에게 "도망가려는데 도와 달라, 도피 자금을 조달해 달라" 등 도피생활 중 사용할 돈과 은신처 마련을 부탁했다. 두 사람의 부탁을 받은 지인들은 은신처를 계약해 주고 그 보증금 및 임대료를 제공했고, 은신처까지 태워다주기도 했다.

1심과 2심은 두 사람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 각각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은 "이은해와 조현수의 도주행위는 스스로를 도피시키기 위한 것이긴 하나, 일반적인 도피행위의 범주를 벗어나 형사피의자로서 가지는 방어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수사기관의 집중적 탐문과 수색에도 불구하고 12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도피생활을 지속했던 것으로 통상의 도피행위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형법 151조는 범인도피죄에서 '도피하게 하는 행위'로 은닉 이외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로 규정한다. 그러나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다. 자신의 도피를 위해 범인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도피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한 처벌되지 않으며 범인의 요청에 응해 범인을 도운 타인의 행위가 범인 도피죄에 해당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다만 범인이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 자백을 하게 하는 등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경우와 같이 방어권 남용으로 볼 수 있는 때는 범인도피 교사죄에 해당된다. 이 경우, 방어권 남용에 해당하는 지는 행위의 구체적 내용, 범인과의 관계, 구체적 상황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대법원은 규정한다.

즉 1심과 2심은 이은해와 조현수의 도피는 '방어권을 남용한 경우'로 유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은해와 조현수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받고 그들이 운전하는 차로 여러차례 은신처를 옮긴 것은 '통상적 도피의 범주'로 방어권 남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인들은 친분관계로 도와준 것일 뿐 조직적 범죄 단체를 갖췄다거나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닌데다 은신처 제공과 은신처를 옮기기 위한 이사행위 등도 수사기관을 적극적으로 속여 범인 발견 등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적극적 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증거가 발견된 시기에 도피했다거나 도피생활이 120일간 지속됐다는 것, 수사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고 변호인 선임, 일부 물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 등은 통상적인 도피행위 범주에 포함된다"며 "이러한 사정만으로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해를 초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판결에는 범인도피교사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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