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환씨, 부산서 母와 생이별
복지원 끌려가 생사 알 수 없어
덕성원에 모아둔 종잣돈 뺏겨
"진실화해위서 규명 나서주길"
복지원 끌려가 생사 알 수 없어
덕성원에 모아둔 종잣돈 뺏겨
"진실화해위서 규명 나서주길"
형제복지원과 덕성원 피해자인 안종환씨(49·사진)는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아동 수용시설 덕성원의 직권 조사를 요구했다.
점촌(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안씨는 젖먹이 시절 원인도 모른 채 가족과 헤어졌다. 형제복지원 때문이었다. 안씨는 어머니인 김성분씨 품에 안겨 점촌에서 부산으로 왔다. 어머니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잠시 부산을 찾았던 것뿐이다. 과정은 정확하지 않지만 부산역에서 경찰과 만나 파출소로 가게 됐고, 거기 있던 사람들과 함께 형제복지원으로 입소를 당했다.
형제복지원 입소 후 결국 안씨와 어머니는 만나지 못했다. 1982년 그가 덕성원으로 옮겨지면서 작은 가능성조차 사라졌다. 안씨에 따르면 덕성원은 형제복지원과 채무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형제복지원의 재단 자산을 빼돌려 다른 시설에 빌려주는 식이었다. 안씨는 "덕성원에서 매일 밤만 되면 맞는 기억밖에 없다"며 "매일 집합을 당하고 방망이로 맞았다. 인권 유린의 장소였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과 고아 등을 불법 감금한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표적 인권유린 사건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진상 규명을 통해 이곳에서 1960년부터 1992년까지 강제노역과 구타, 암매장, 성폭행 등 각종 인권침해가 자행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안씨 또한 주민등록 자료를 근거로 형의 신원을 확인했다. 형은 찾았지만 어머니는 주민등록이 말소돼 여전히 생사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안씨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덕성원이다. 덕성원의 진상 규명은 스스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게 안씨의 설명이다. 진실화해위는 내년 5월 활동 기간 만료를 이유로 조사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 덕성원 사건을 직권조사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혹여나 진실화해위 활동 기간이 연장돼도 덕성원의 직권조사는 미지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안씨는 성인이 되어서도 덕성원의 그늘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안씨는 1997년 덕성원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법인 관련 소송을 치를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씨는 "덕성원 생활이 고통스럽긴 했지만 어린 시절 함께 했던 곳이고 가족 같다는 생각도 함께 있었다"면서 "덕성원측 요청으로 그동안 결혼도 하고 땅도 사고 사업도 키우고 싶어 모았던 돈을 빌려줬다. 매달 500만원씩 돈을 맡긴다는 생각으로 총 5년 동안 3억원을 건넸다"고 전했다.
안씨는 "당시 덕성원장 부인이 장가갈 때 주겠다며 공증까지 써줬지만 돈을 갚지는 않았다"면서 "내가 25살 무렵 결혼할 여자가 생겼으니 맡긴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그 사람은 끝내 돈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씨 등 덕성원 피해자들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다음달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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