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과 관련해 핵심 피의자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연이어 불응하고 있다. 주력 사건에 대한 수사 차질로 공수처의 위상과 수사력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어 공수처가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 사무총장은 공수처의 5차례에 걸친 출석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유 사무총장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만큼,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출석 요청 불응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계속해서 날짜를 협의하고 조율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에 대해서도 열려있다”고 밝혔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앞서 국회에 출석해 “법이 허용한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시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할 수 있다. 통상 피의자가 3차례 이상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그러나 정작 공수처는 체포영장 카드에 대해 신중한 모양새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되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공수처는 지금까지 5건의 체포영장과 4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으로부터 한 차례도 영장 발부를 끌어내지 못했다. 이는 '공수처 무용론'에 힘이 실리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공수처 입장에서도 섣불리 유 사무총장의 구인에 나서다 앞선 사례와 같이 영장이 기각되면 여론이 악화하는 시나리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은 김 처장 체제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수사로 알려졌다. 김 처장은 임기 내 중요 사건들을 최대한 끝내고 가겠다는 계획이지만, 유 사무총장 측은 12월 초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 사무총장 측은 지난 7일 감사원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는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일방으로부터만 하거나, 감사원의 확립된 업무 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이는 상황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본다"며 “감사원의 권위와 신뢰를 심히 훼손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유 총장이 12월 출석할 경우, 지휘권자인 김 처장의 임기 내 표적감사 수사 마무리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김 처장의 임기는 내년 1월 20일 만료된다. 이후 처장 자리가 공석이 되거나 지휘 체계가 바뀌게 된다면 수사 동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 2대 처장을 인선을 위한 후보추천위원회는 이달 초 활동을 본격화했다. 앞서 김 처장의 인선 과정에는 7개월이 소요됐다는 점에서 공수처의 수장 공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표적 감사 의혹'은 감사원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고자 위법하게 특별 감사를 했다는 내용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9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근태 의혹을 비롯해 10개 항목에 대해 권익위에 대한 특별 감사를 진행했다. 이후 전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 권익위 고위관계자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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