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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기로에 선 한국야구, 새로운 시대 열려면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4 18:31

수정 2023.11.14 18:31

[기자수첩]기로에 선 한국야구, 새로운 시대 열려면
지난 10월 7일 중국 항저우에서 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 4회 연속 금메달의 금자탑을 세웠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연이은 국제대회 참패 속에 오랜만에 야구 팬들이 웃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사실 이번 금메달의 의미가 큰 것은 세대교체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미필자들로 구성된 대표팀이었다. 문동주·노시환(한화), 최지민(KIA), 박영현(kt) 등 각팀 중추 신예들이 참여했고 이들은 병역혜택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것뿐만 아니다. 이들은 고스란히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으로 이관됐다.

최근 KBO가 인기를 유지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꾸준한 젊은 스타선수의 유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의 근간에는 한국 야구를 이끌어 갈 특급 유망주들의 해외진출 가속화 현상이 있다. 재작년 최대어 심준석(피츠버그), 올해 최대어 장현석(LA다저스)이 해외로 나갔다. 그 밖에 이찬솔(보스턴), 엄형찬(캔자스시티) 등 많은 1라운드급 유망주가 미국행을 선택했다. 이들에게 KBO는 그리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었다.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옆나라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유망주들이 국내 프로팀에 입단해 성장한 후 미국 MLB에 진출하는 시스템이 확고하게 구축돼 있다. 그 유명한 오타니 쇼헤이조차 국내를 거쳐 미국에 진출했다. 그들은 이후 국가대표에 합류해 미국을 꺾고 2023 WBC 우승을 일궈냈다.

일본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고착화돼 있는 신인 계약금이 올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제 100억 FA가 흔한 시대다. 육성이 곧 미래다. 신인 계약금을 아낄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 포스팅 기간을 1년이라도 앞당기면 유망주들이 KBO에 더 매력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굳이 모험을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국제대회에 FA 및 포스팅 기간에 큰 가산점을 준다면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대표팀 전력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급 유망주들의 유입은 KBO 입장에서 흥행에 큰 호재다. 또한 국내를 거쳐 미국에 진출한 선수는 정서상 국가대표에 선발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자연스럽게 상생 구도가 만들어진다.

한국 야구는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기로에 서 있다.
어차피 유망주들의 MLB행을 막을 수 없다면, 시대의 흐름에 어떤 방식으로 편승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일단 유망주들이 오고 싶어 하는 리그를 만드는 것. 그것이 최우선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문화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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