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도 산업곤충연구소 개발 등검은말벌 유인용 조성물'특허출원 완료
- 시판품 대비 최대 20배 효과…‘꿀벌 실종’ 3대 원인 중 하나 해결 기대
- 시판품 대비 최대 20배 효과…‘꿀벌 실종’ 3대 원인 중 하나 해결 기대
충남도는 도 농업기술원 산업곤충연구소 이종은 연구사를 비롯한 연구팀이 ‘등검은말벌 유인용 조성물’을 개발, 최근 특허출원을 마쳤다고 15일 밝혔다.
말벌은 응애·진드기, 부저병과 함께 꿀벌 피해 3대 골칫거리 중 하나이며, 말벌과인 등검은말벌은 전국으로 확산돼 양봉농가에 큰 손실을 입히고 있다. 동남아시아나 중국 남부 일대 아열대 기후에서 서식하는 외래 해충인 등검은말벌은 2003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초 벌 전문가들은 등검은말벌이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 날씨를 견디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여왕벌이 월동에 성공하며 우리나라 전역으로 확산됐고, 2019년에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다.
산업곤충연구소가 비슷한 조건에서 포획해본 결과, 2020년 30∼40마리를 잡았다면, 2021년에는 200∼300마리, 지난해에는 500마리 이상으로, 등검은말벌 확산 속도는 매우 빠르다.
등검은말벌 먹이의 85% 이상은 꿀벌로, 이 말벌의 개체수 증가는 꿀벌 봉군 세력 약화 등을 불러오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발생하고 있는 꿀벌 집단붕괴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의 원인 중 하나로 등검은말벌이 지목되기도 했다.
등검은말벌은 꿀벌을 잡아 단백질인 가슴근육 부위를 추려내 직접 섭취하거나, 여왕벌 및 애벌레에게 먹이로 제공한다. 등검은말벌 1마리가 하루 동안 사냥하는 꿀벌은 10∼15마리 가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통 꿀벌통 인근에서 정지비행을 하다 날아다니는 꿀벌을 낚아채는 방식으로 사냥을 하지만, 봉군 세력이 약한 경우에는 떼지어 벌통에 진입해 공격하며 초토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번 특허출원 대상은 일반 포획기 내에 넣는 말벌 유인물질이다. 이 물질은 농업 부산물, 단맛·신맛이 나는 과일주스, 수분 유지 보조제 등에 말벌 유인력을 높일 수 있는 미생물을 첨가해 만든 것으로, 시판 제품에 비해 등검은말벌 유인 효과가 월등히 높다.
산업곤충연구소가 이 유인물을 활용해 포획한 등검은말벌 중 최대치는 지난달 17∼22일 소형 포획기 1기에서 잡은 300여 마리다. 같은 기간 시판 유인물을 넣은 포획기에서 잡은 등검은말벌은 최대 15마리에 불과했다.
특허출원 물질이 시판 제품에 비해 등검은말벌 유인 효과가 최대 20배 가량 높은 셈이다. 올해 4월부터 지난 6일까지 특허출원 유인물을 넣은 포획기 6기에서 30차례에 걸쳐 잡은 등검은말벌은 총 2376마리로 집계됐다. 또 추가 연구를 통해 등검은말벌에 대한 유인력을 높인 물질을 투입한 6개의 포획기에서는 7월 20일부터 지난 6일까지 17차례에 걸쳐 4569마리를 포획했다. 시판 유인물 투입 포획기 3기에서는 30차례 동안 480마리를 잡았다.
산업곤충연구소는 특허출원 유인물을 이용, 봄철에는 등검은말벌 여왕벌을 잡고, 6월 이후에는 등검은말벌 일벌을 대량으로 포획해 꿀벌 집단붕괴현상을 크게 완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등검은말벌 여왕벌은 월동을 마친 후 3∼6월 양봉장 주변이나 야산에 나타나 꿀벌을 사냥하며, 초기 봉군 조성을 위한 1차 일벌 산란 및 유충(애벌레) 키우기에 전념한다.
6∼7월 1차로 태어난 일벌들은 집짓기와 먹이사냥을 시작하고, 여왕벌은 8∼9월 본격적으로 산란을 하며, 9월 말 번식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여왕벌 1마리 당 번식 개체 수는 3000∼5000마리 가량으로, 봄철 여왕벌 1마리 포획은 등검은말벌 3000∼5000마리를 퇴치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종은 연구사는 “특허출원 이후 성분을 개선한 유인물은 등검은말벌뿐만 아니라 장수말벌이나 꼬마장수말벌, 좀말벌 등 다른 말벌류에 대한 유인 효과도 우수했다”며 “전국에서 지속적으로 등검은말벌을 방제할 수 있도록, 조속한 기업체 선정 및 기술 이전을 통해 특허출원 유인물 대량 생산과 보급을 추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꿀벌은 전 세계 과채 수분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인간에게 연간 50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벌이 채밀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생태계 자체가 흔들린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도내 양봉농가는 2200가구로 전국 2만 7580가구의 7.9%, 사육 봉군 수는 24만 8000여 군으로 전국 약 269만군의 9.2%로 조사됐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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