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 느끼지 못하도록 백신 개발
임상 벽 높고 자발적 투약 미지수
전문가 "심리 등 재활 병행 필수"
마약 사범이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마약 중독을 막는 백신을 곳곳에서 개발중이다. 다만 아직은 실험단계에 있고 합성 마약 등 변종 마약이 늘고 있어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약자들이 자발적으로 백신을 맞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임상 벽 높고 자발적 투약 미지수
전문가 "심리 등 재활 병행 필수"
■ 마약 백신 개발에 열 올리는 연구진들
15일 의학계에 따르면 미국 몬타나대 중개의학센터는 올해 안에 펜타닐과 헤로인을 표적으로 한 복합 다원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을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신청할 예정이다. FDA가 해당 백신에 대한 임상실험을 승인하면 연구진은 내년 초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해당 후보물질은 펜타닐과 헤로인이 뇌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막는 기전을 지닌다. 차후 임상시험에서 펜타닐과 헤로인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각각 확인한 뒤, 둘 모두에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백신을 추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휴스턴대에서도 펜타닐을 표적으로 한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동물실험에서 백신을 접종한 쥐에게 펜타닐을 투여한 결과, 반응속도가 변하지 않았고 뇌에서 펜타닐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내년 9월 임상시험 돌입을 목표로 FDA에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며 주사 제형 외에 혀 밑에 붙이는 필름형 제형도 개발 중이다.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연방대는 코카인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갈릭스코카'로도 불리는 해당 후보물질은 코카인이 뇌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한다. 갈릭스코카는 체내 항체가 혈액 속 코카인과 결합해 혈액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신장을 통해 체외로 제거되는 기전이다. 이 후보물질은 코카인 중독자 중 약을 끊기 시작한 사람들이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 갈 길 먼 마약 백신 개발
다수 연구진이 마약 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용화를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백신이 임상실험 초기 단계인데다 변종 마약을 막기에는 불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의약품의 개발돼 상업화에 이르기 위해서는 기초 연구와 전임상시험(동물실험 등), 임상시험까지 완료가 된 상황일지라도, 총 3~4단계에 걸친 임상시험을 통화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 단계에서 개발 실패를 맛보는 신약 후보물질이 상당수"라며 "현 상황에서 마약 백신 후보물질의 상업화를 기대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마약 백신을 상업화 해도 중독자들이 자발적으로 투약할 지도 미지수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은 "마약 중독증 환자들의 경우 자신들이 마약에 중독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다가 더 이상 손 쓸 도리가 없을 지경까지 이르러서야 자신이 마약 중독증에 걸린 것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기에 환자들로 하여금 중독증을 빠르게 인지하도록 해 약물치료와 함께 심리치료와 같은 재활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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