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관광 목적으로 입국해 제주의 한 공원에 9살 아들을 버리고 사라진 30대 중국인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2단독(배구민 부장판사)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기소 된 30대 중국인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좋은 교육 받고 자라길" 편지
A씨는 지난 8월25일 오전 6시13분께 제주 서귀포시의 한 공원에 잠든 아들 B군(9)을 혼자 남겨두고 사라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8월14일 관광 목적으로 아들과 제주에 무사증 입국했다. 무사증 입국이란 테러지원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외국인 방문객이 30일간 비자 없이 제주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들은 며칠간 숙박업소에서 지내다가 경비가 떨어지자 같은 달 17일부터 8일가량 노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범행 당일 A씨는 공원에 짐가방과 편지와 함께 아들을 두고 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영어로 쓴 편지를 남겼는데 해당 편지에는 '나의 신체적 이유와 생활고로 인해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다. 한국 기관이나 개인 가정에 입양돼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B군은 잠에서 깨 울면서 아빠를 찾았다. 오전 8시께 이를 발견한 서귀포시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이튿날 서귀포시 모처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수사가 진행될 동안 B군은 제주의 아동보호시설에 머무르다가 중국에 있는 친척에 인계돼 9월7일 출국했다.
검찰 '집행유예' 선처 요청했지만, 재판부 '징역 1년' 선고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이를 남겨두고 떠나긴 했지만 버릴 생각은 없었으며, 한국의 시설에 맡기려는 의도였다며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은 부인했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디스크 판정 등으로 수입이 끊기자 중국 아동보호시설에 아들을 맡기려고 했는데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한국 아동복지시설도 아들을 맡아주지 않으면 아들과 함께 중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지난 10일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 아들의 진술, 현장 사진, 편지, 아들을 두고 간 장소가 피고인의 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인 점 등을 보면 범행 내용이 모두 인정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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