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사용 규제 뒤집혀
"정책 믿고 사업 했는데" 울상
생분해·종이빨대 등 주문 급감
반품에 재고까지 피해 눈덩이
"정책 믿고 사업 했는데" 울상
생분해·종이빨대 등 주문 급감
반품에 재고까지 피해 눈덩이
친환경 빨대 제조 중소기업들이 뿔났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에 대해 정부 방침이 오락가락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다. 친환경 빨대 제조 업계는 줄도산 위기에 내몰렸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 계도기간 종료를 2주가량 앞두고 돌연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했다. 또한 플라스틱 빨대 금지 조처에 대해선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사실상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방침의 철회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친환경 빨대 업체들은 폐업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다는 정부 정책을 믿고 사업을 확대했지만, 정책이 갑작스럽게 바뀌면서 대다수의 업체가 사업 기반을 잃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생분해 빨대 제조업체인 동일프라텍은 환경부 발표가 있던 다음날 온라인몰 매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반품 문의와 주문 취소도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반품률은 50%를 넘었고, 주문 취소액만 1억원에 달한다.
김지현 동일프라텍 대표는 "전날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현재도 커피용 빨대와 같은 메인 제품은 만들지 않고 있다"며 "쌓인 재고만 300만개인데 이걸 어디에 팔아야 하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생분해 빨대 개발을 위해 5년을 투자했는데 어떻게 정책을 한 번에 손바닥 뒤집듯 바꾸냐"며 "직원들한테도 '친환경 기업'이라고 사명감을 심어줬는데, 다시 플라스틱 빨대를 만들 수도 없고 갈피를 잃었다"고 말했다.
쌀 빨대 제조업체 아가페코코리아 역시 환경부 발표가 있고 난 뒤 계속해서 제품 반품을 받고 있다. 쌀 빨대에 관심을 보인 해외에서도 국내 사업 반응을 보고 계약하겠다고 했는데, 계도기간이 무기한 연장되며 수출길도 막힌 상태다. 현재 회사는 공장 가동은 중단하고 직원들은 전부 휴직에 들어갔다.
박정철 아가페코코리아 대표는 "현재 폐업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며 "두 달 전 합동설명회를 할 때도 분명히 정책을 시행한다고 했고, 공문까지 내려왔는데 갑작스럽게 바뀌니 대처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막막함을 호소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종이빨대 업체들은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를 꾸리고 정부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협의회는 현재 회원사(11개사) 기준 종이빨대 재고량이 약 1억4000만개, 회원사 이외 업체 재고량까지 합치면 약 2억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종이빨대 이외 친환경 빨대 업체의 재고량까지 더하면 해당 수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훈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 공보담당 이사는 "정부가 2018년부터 플라스틱 사용 규제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에 따라 업체들도 설비 투자와 판매 준비를 해왔다"며 "대다수가 작고 영세한 기업으로 플라스틱 시장이 닫힌다는 정책만 믿고 코로나19 때도 빚으로 버텼는데 이제는 말 그대로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긴급 자금 지원과 현재 쌓여 있는 재고를 팔 수 있는 판로를 마련해주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 계도기간의 정확한 일정 발표 및 시행이 당장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재 환경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으로 피해 기업에게 자금 지원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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