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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소비자 기만하는 '꼼수' 가격인상 용납 안 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7 14:40

수정 2023.11.17 14:40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 참석한 차관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 참석한 차관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생필품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고물가 우려가 커진 가운데 꼼수 가격 인상이 고개를 들면서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17일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김 차관은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정직한 판매행위가 아니며 소비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이달 말까지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주요 생필품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신고센터를 신설해 관련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언론에서 계속 제기돼왔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은 다소 뒤늦은 감이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꼼수 인상을 가리킨다.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컸던 이유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대한 서민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나름대로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물가 인상 우려가 큰 품목들을 지목해 부처별 전담 마크를 할 정도로 물가 잡기에 힘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생필품까지 물가상승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와중에 정부가 직접 개입해 생산 유통단계에서 물가 누르기를 시도하자 업계에서 꼼수 가격 인상이 시도된 것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이 거센 비난을 받자 또 다른 꼼수 가격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주로 식품 기업이나 외식 업자들이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기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가격은 그대로인데 제품의 질이 낮아졌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아차리기 힘들다. 슈링크플레이션보다 더 교묘한 인플레이션으로 불리는 이유다.

업체들의 꼼수 가격 인상 혹은 품질 조정은 용납할 수 없는 소비자 기만행위다. 그런 만큼 정부에서 적극적인 현장조사와 조치에 나서는 게 마땅하다. 재료비와 생산비 인건비 등이 올라 어쩔 수 없이 가격에 반영하는 것을 무작정 나쁘다고 할 순 없다. 그렇다고 소비자의 눈을 속여가며 마치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척 하는 불공정행위는 지탄받아야 한다.

실제로, 올해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갈수록 높아지는 양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6%로 예상했다. 지난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제시한 3.4%보다 0.2%포인트나 올렸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2.3%에서 2.4%로 0.1%포인트 올렸다. 내년 말이나 돼야 2%에 안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외 엄혹한 경제 환경탓에 고물가 역시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는 얘기다.

고물가를 제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여력도 떨어진 상태다. 결국 장기간 서민들의 고물가 고통이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물가에 민감한 품목에 대해 적극적인 수급조절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꼼수 물가 관리에 힘을 쏟아야 할 시기를 놓쳤선 안 된다. 정부가 숫자로 물가관리하는 것에 비해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고통스러운 수준이다.
이 같은 꼼수 가격반영이 체감물가를 더욱 무겁게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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