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분명히 일본 대표팀은 강했다. 우승을 차지할만한 엄청난 투수진 뎁스를 보유하고 있었고, 타선도 막강했다.
특히, 예선전 선발 투수 스미다를 비롯해서 중간에 나온 좌완 네모토(니혼햄)-기리시키(한신)-타쿠치(야쿠르트)는 정교한 제구력과 변화구를 보유해서 한국 타자들이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또한, 일본 대표팀의 6번타자 만나미 츄세이는 이날 무려 3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지난 예선 1차전에서는 이의리의 포심을 받아쳐 백스크린에 꽂아넣을 정도로 엄청난 파워를 선보였고, 우익수 자리에서는 엄청난 어깨와 운동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일본과의 사력을 다한 명승부에서 너무 명확한 오심이 나와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상황은 이러했다.
10회초 무사 12루 상황에서 김도영 타석. 초구에 번트실패를 해서 원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김도영에게 던진 2구째를 포수가 서서 받았다. 김도영의 번트를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해당 공은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스트라이크 번트 지시를 받았던 김도영으로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각 국마다 스트라이크존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만국 공통으로 스트라이크가 될 수 없었던 김도영의 가슴 근처에 오는 공이었다.
이 공으로 카운트는 0-2가 되었고 한국은 번트작전을 사실상 봉쇄당했다. 이는 승부치기 1점차 승부에서 승부의 방향을 가르는 큰 판정이 되었다. 뒤이어 병살타가 나왔기 때문이다. 뒤에 윤동희의 적시타와 노시환의 우전 안타가 나왔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물론 판정의 유무에 선수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 해당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더 좋은 경기를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고, 더 좋은 결과를 냈었야 했다. 대한민국의 젊은 대표팀은 일본에 1점만큼 기량이 부족했다.
또한, 모두가 만족할만한 판정이 국제대회에서 나오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어이없고 터무니없는 판정만큼은 이런 박빙의 명승부에서는 나와서는 안된다. 적어도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APBC 결승전 그것도 연장 10회 도쿄돔에서 나온 오심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두고두고 미련이 남았다.
패배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패배에 개운치 않은 뒷맛이 느껴지는 것 또한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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