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인 서울’은 500년 조선의 수도이자 변화의 도시 서울의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배경으로 일타 강사면서 작가를 꿈꾸는 화려한 싱글남과 출판편집자로 일하는 워킹우먼을 중심으로 싱글들의 일과 사랑, 일상을 세련되게 담았다. 파주 출판단지에 둥지를 튼 명필름이 만들었는데, ‘접속’ ‘건축학개론’ 등 인구에 회자된 로맨스 영화를 선보인 제작사다.
‘건축학개론’이 한 남자의 풋풋한 첫사랑을 돌아보며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서툴고 비겁했던 지난 순간에 대한 반성문과 같은 영화라면, ‘싱글 인 서울’은 자발적 싱글을 선택한 한 남성이 자신의 오랜 꿈이던 작가에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서 첫사랑의 상처를 딛고 다시 사랑할 용기를 갖게 되는 성장영화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로맨틱 드라마의 여주인공치곤 지극히 현실적 외모의 현진이 자신과 다른 가치관의 영호와 티격태격하면서 죽은 연애세포를 자극하는 묘하게 사랑스러운 30대 여성으로 호흡을 맞춘다.
‘싱글이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나랑 딱 맞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인간은 혼자가 돼야 비로소 자신이 보인다’ 등 공감과 재치가 돋보이는 대사와 조·단역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있는 이 영화는 비혼주의자였던 박범수 감독의 실제 가치관이 십분 투영됐다.
박 감독은 “결국 비혼주의자였던 여자 사람 친구와 결혼했지만 저 역시 비혼주의였다”며 “제 주변 다양한 싱글의 모습을 투영했다"고 말했다. 특히 '개그 담당' 출판사 막내 병수(이상이)는 주변 여러 친구의 특징을 조합했고, 현진은 각색을 앞두고 만난 여러 출판편집자들의 다소 특이하고 엉뚱한 특징을 뽑아 반영했다. 또 영호(이동욱)는 대한민국 싱글 남성의 로망이 투영됐다.
영화광 엄마의 영향으로 자다가도 일어나 주말의 명화를 즐겨봤다는 그는 '러브 액츄얼리'로 대표되는 영국의 워킹타이틀 작품과 픽사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며 “제 영화의 모든 캐릭터가 다 생생하게 살아있길 바랐다”고 말했다.
영화 제목을 기존 ‘싱글남’에서 ‘싱글 인 서울’로 바꾸면서 서울의 도시풍경도 신경 써 담았다. “홍콩에 처음 갔을 때 마치 그곳에 추억이라도 있는 것처럼 친숙했는데, 내가 홍콩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라 그랬던 것 같았다. 이 영화 역시 관객들에게 서울에 대해 그런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빌딩숲과 고궁이 공존하는 풍경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특징을 각각 지닌 영호와 현진의 캐릭터와도 맞닿아 있다. 29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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