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스테파노 포다 연출·홍석원 지휘
스테파노 포다 연출·홍석원 지휘
[파이낸셜뉴스]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기념하는 국립오페라단의 '나부코'가 오는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21년 8월 16년 만에 전막 무대로 선보인 뒤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호응 속에 다시 마련된 무대다.
'나부코'는 억압받아온 민족을 한(恨)을 위로하는 오페라다. 베르디가 활동하던 당시 이탈리아는 합스부르크 제국(오스트리아)과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 민족 공동체와 자유를 갈망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염원을 담아 베르디가 작곡한 '나부코'는 유대인들이 포로로 잡혀 바빌론에서 고난을 겪었던 구약성서 속 ‘바빌론 유수’를 주제로 다룬, 베르디 작품 중 유일한 성서 오페라다.
작품의 연출은 무대, 의상, 조명 모두를 맡아 천재적인 감각을 발휘하는 오페라계의 슈퍼스타, 스테파노 포다가 맡았다. 역사적 배경에 기대는 것이 아닌, 시공간을 초월한 희망과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웅장한 무대를 선보인다. 바빌로니아인과 유대인을 각각 빨간색과 흰색의 두 무리로 구분해 무대를 채우고, 2막에서는 두 무리가 뒤얽히며 인간 탑을 만들어내며 깊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예정이다.
무대와 의상은 한국적이면서도 미니멀한 미장센으로 꾸며진다. 한옥의 전통 문양을 연상시키는 격자 무늬로 무대를 둘러쌓고, 한국의 전통 실크를 활용해 의상을 제작했다. '나부코'의 하이라이트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에선 한국 고유 정서인 ‘한’을 조형화한 무대 배경과 ‘평화의 소녀상’을 오마주한 조형물을 통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스테파노 포다 연출은 "한국 문화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한'의 정서와 나부코에 담긴 정서가 일맥상통한다”며 “억압에 시달리고 고통받으면서도 존엄을 지켜내고 결속을 다지는 이들의 정서를 작품 속에 그려냄으로써 인류에 대한 성찰,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에 대한 담론을 풀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의 지휘는 젊은 명장 홍석원이 맡는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롤 주립극장 수석지휘자를 역임하고 현재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70여명의 합창단과 60여명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통해 절망 속에 피어나는 미래를 향한 희망을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부코 역에는 바리톤 양준모와 노동용이 활약할 예정이다. 양준모는 독일 뤼벡 시립오페라극장, 뉘른베르크 국립오페라극장, 스위스 취리히 국립오페라극장 등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노동용은 이탈리아 베르디 페스티벌에서 리골레토 역을 맡으며 유럽 무대에 데뷔해 2019년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비가일레 역은 소프라노 임세경과 박현주가 맡는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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