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박소연 기자】 지난 9월 공개된 2022년 인구 동태 정보에 일본 사회는 잠시나마 들떴다. 지난해 혼인 건수가 50만4930쌍으로 전년의 50만1138쌍보다 3792쌍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9년을 제외하면 2011년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 늘어난 것이다. 2019년은 일본에서 연호가 헤이세이에서 레이와로 바뀐 해로, 결혼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한 해다. 하지만 이 역시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됐다. 2020~2021년 혼인하기로 했던 커플들이 코로나19로 결혼을 뒤로 미룬 것이어서다.
올해 1~6월 혼인 건수 7% 감소
20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혼인 건수는 이미 전년 대비 7% 감소했다. 특히 올 1~3월기의 혼인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나 급감했다.
일본 민간 씽크탱크인 일본종합연구소 후지나미 타쿠미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코로나였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사회·경제 환경이 극단적으로 나빴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급감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의 혼인 수 감소율은 연이율 5.1%로 커진다. 2018년까지의 1.8%에 비해 감소 속도는 대폭 가속됐다.
그 배경엔 오래전부터 나타난 젊은 세대의 결혼 의욕 저하가 있다. 주로 고용 불안과 저임금 등 때문이다. 일본 출생 동향 기본 조사에 따르면 30대 초반 남성의 약 30%, 여성의 약 20%가 평생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또 지난해 6월 일본 내각부가 내놓은 '남녀공동참획백서'에 따르면 2030 솔로 남성의 37.6%, 솔로 여성의 24.1%가 '지금까지 연인으로 교제한 사람'이 0명이라고 답했다.
20대 남성 10명중 4명 '모태 솔로'
20대로 좁히면 연애 경험 전무 비율은 남성 39.8%, 여성 25.1%로 더 올라간다. 20대 남성 가운데 소위 '모태 솔로'가 10명 중 4명꼴이란 얘기다. 또 20대 남성 65.8%와 20대 여성 51.4%가 '현재 배우자 또는 연인이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런 연애 감소로 혼인도 줄어들고 있다. 일본 평균 혼인율은 1947년에 인구 1000명당 12.0으로 최고를 찍었지만, 지난해엔 4.2까지 내려왔다.
2015~2019년의 평균 혼인율은 인구 1000명당 4.9였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2020년 4.3, 2021년 4.1, 2022년 4.2로 급락하고 있다. 신문은 "일본은 결혼하지 않으면 출산하기 어려운 문화이기 때문에 혼인율 저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젊은이의 의식이 바뀌기 시작한 점도 지적된다. 2030 기혼 여성이 출산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출산 동향 기본 조사에서는 미혼 여성의 희망 어린이 수가 1.79명으로 처음 2.0명을 밑돌았다.
이는 만혼, 미혼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신문은 우려한다. 결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등 여성의 기회비용 증가, 교육비나 주택비 등의 육아의 직접 비용 증가, 청년 고용 불안과 저임금화 등이 미혼이나 만혼의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 정부가 '돈 뿌리기' 저출산 대책을 구상하곤 있지만 각종 현금이나 현물 급부의 효과는 미미하다고 신문은 짚었다. 실제로 유아 교육이나 의료비 무상 급식이 최근 시행됐으나 저출산의 트렌드가 바뀐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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