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God 노래 '어머님께'의 가사 일부다. 아마 어머니도 자장면을 좋아하셨을 것이다. 다만 가난한 형편에 아들에게 자장면을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셨던 것이리라. 노래가 나온 1999년 당시 우리나라의 자장면 1그릇 평균 가격은 2704원이었다.
올해 10월 기준 서울에서 자장면 1그릇 가격은 7000원이다. 고물가 시대에 어머니도, 아버지도, 나도 자장면 대신 주말에도 평일에도 짜파게티 요리사로 나서야 할 판이다. 고물가로 팍팍한 시대, 노브랜드버거가 2900원짜리 '짜장버거'를 출시했다. 버거 단품은 2900원, 감자튀김과 콜라를 포함한 세트는 4900원이다. 세트 구성에 튀김만두 5개를 더한 짜장팝(6300원)을 먹어봤다. 자장면 한 그릇 보다 싸다.
버거 포장지에 적혀 있는 "와이페이모어? 잇츠굿이너프(뭐 하러 돈 더 내니? 충분히 맛있는데)"라는 문구에 눈길이 간다. 버거는 두툼한 패티에 익숙한 짜장 소스, 거기에 양파가 곁들여 지며 짜파게티와 버거를 함께 먹는 맛이 난다. 노브랜드 특유의 두꺼운 감자 튀김은 초반 식감이 좋지만 마지막에는 살짝 퍽퍽한 감이 있다. 이때 코카콜라도, 펩시도 아닌 '노브랜드' 제로 콜라로 목을 적셔 준다. 팝콘만두를 찍어 먹을 수 있게 별도로 포장된 짜장소스는 얼핏 보면 초콜릿처럼 보인다. 팝콘만두에 찍어 먹으니 중국집 군만두를 자장 양념에 찍어 먹는 것과 얼추 비슷하다. 짜장소스가 넉넉해 중간 중간 감자튀김도 찍어 먹을 수 있다.
짜장버거의 맛 자체만 놓고 보면 특별하게 맛있다기 보다는 재미있고 새로움이 더 크다. 하지만 가격을 함께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한 끼, 맛있는 한 끼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남자의 소울 푸드 3대장이 제육 덮밥, 돈가스, 국밥이 된 것은 든든한 한 끼와 함께 저렴한 가격도 한몫한다. 짜장버거는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등장한 따뜻한 대안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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