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 스카이돔'에 테러 예고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구로경찰서와 소방당국은 지난 19일 오후 3시 49분께 인터넷 커뮤니티에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 롤 행사장 내 폭탄 테러 예고 글이 올라왔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2층 행사장을 수색했다.
경찰은 수색대와 수색견 등을 투입해 긴급 수색했지만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 행사는 20분 지연됐다. 경찰은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으로 예고 글 작성자를 찾은 뒤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폭탄 테러 글을 허위 작성해 올리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성립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테러 예고는 불안감을 가중시키지만 협박 등의 중범죄로는 처벌하는 경우는 적다.
형법 제283조는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살해 대상자를 특정하지 않은 채 인원, 나이, 성별 등 불특정 다수를 협박한다면 혐의를 적용하기 까다롭다. '테러'로 볼 여지가 있음에도 경범죄에 그칠 수 있다는 것.
살인 예비죄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형법 제255조에 따르면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단순히 범행의 의사나 계획을 넘어 흉기를 산다거나 폭발물을 제조하는 등 외적인 행위를 동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처벌이 쉽지 않다 보니 이른바 '장난삼아 올리는 테러 예고글'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서 조선(33)이 4명을 상대로 흉기난동을 벌인 사건에 이어 지난 8월 3일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 최원종(22)의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자 온라인에는 모방 범죄 예고글이 계속 올라왔다. 지난 8월에는 '전국 5개 국제공항에서 테러와 살인을 하겠다'는 글을 쓴 3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처벌 강화해야"
법조계에선 지속되는 테러 예고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테러 글을 올렸다 적발 되더라도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이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다중이용시설에 테러예고가 점점 늘고 있지만 혼란을 가중시키고서도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라면서 "불특정 다수에 대한 협박을 조장하는 범죄에 대해 특별죄명을 추가하는 방식 등으로 양형을 올리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롤드컵 행사에 큰 차질이 생겼다면 피해가 커질 수 있었다"면서 "피해받은 주최 측은 손해배상 청구 등 강력한 민사 조치가 필요하다. 장난이라도 예고글을 올리면 패가망신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범죄 억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롤드컵 테러는 무작위 흉기 난동 테러와 달리 피해가 구체화될 수 있다"며 "때문에 손해배상으로 책임을 지우는 게 이론상 가능하지만 실제 적용은 까다롭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상임위 상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김영식, 김용판, 홍석준 의원이 지난 8월 각각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온라인 공간에서 흉악범죄를 예고할 경우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등 처벌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상임위에서 단 한 차례도 다뤄지지 않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임기 만료로 인한 폐기가 유력하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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