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 투표 55.7% 얻어 대선 승리
최악 경제 속 정권 심판론 힘받아
"공산주의자와 거래 안한다" 발언
정부부처 축소·기업 민영화 공약
최악 경제 속 정권 심판론 힘받아
"공산주의자와 거래 안한다" 발언
정부부처 축소·기업 민영화 공약
■신생 극우, 해묵은 페론주의 이겨
19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에서 개표율 99.3% 기준으로 자유전진당(LLA)의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가 55.7%의 득표율을 기록해 44.3%를 얻은 '조국을 위한 연합'의 세르히오 마사 후보를 제쳤다. 조국을 위한 연합은 좌파 집권당인 정의당(PJ)을 중심으로 올해 결성된 좌파 및 중도 정당 연합체다.
밀레이는 지난달 대선 투표에서 29.99%의 득표율로 마사(36.78%)에 밀렸지만 1~2위 후보만 참여하는 결선 투표에서 역전극을 이뤄냈다.
LLA는 2021년에 설립된 정당으로 아르헨티나 상원 72석, 하원 257석 가운데 각각 8석, 38석을 가지고 있으며 23석의 주지사 자리 가운데 1석도 얻지 못한 군소 정당이다. 그러나 심각한 경제난 가운데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 정부를 공격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1983년 아르헨티나 민주화 이후 현지 정계를 지배한 페론주의 정부는 심각한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의 지난 10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42.7%로 32년 만에 가장 높았다. 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아르헨티나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올해와 내년에 각각 200%, 3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말레이는 경제난을 타파하기 위해 18개 정부 부처를 8개로 줄이고 국영 기업을 민영화하며, 대부분의 세금을 폐지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0% 수준인 보조금 및 복지 등 공공지출을 15%까지 줄이겠다고 선언했으며 중앙은행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아르헨티나 페소 대신 미국 달러를 통화로 채택한다고 약속했다.
■밀레이 "좌파와 거리, 미국과 협력"
밀레이는 12월 10일 4년 임기의 대통령에 취임한다. 밀레이는 의회 및 지방 정부에서 입지가 약해 국정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며 우파 진영과 연합할 가능성이 있다.
아르헨티나 컨설팅업체 FMyA의 페르난도 마룰 국장은 "국채 시장이나 증시에서는 밀레이의 승리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아르헨티나는 방금 큰 변화에 투표를 했고 이는 아르헨티나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밀레이의 집권으로 외교 정세 또한 바뀐다고 내다봤다.
밀레이는 선거 기간 중에 "공산주의자들과 거래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중국 및 좌파 정부가 들어선 브라질과 거리를 두겠다고 밝혔다. 밀레이는 동시에 "미국 및 이스라엘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아르헨티나는 지난 8월에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이 참여하는 국제 모임인 브릭스(BRICS)의 가입 승인을 받아 내년 1월부터 가입할 예정이었으나, 밀레이의 집권으로 가입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밀레이는 경제와 외교 정책 외에도 총기 규제 완화, 장기 매매 합법화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는 등 막말을 쏟아내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9일 밀레이 승리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당신이 매우 자랑스럽다.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축하 인사를 건네면서 "미국은 밀레이, 그리고 그의 정부와 공동 우선 사항들에 대해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알렸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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