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2017년 7월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민원24, 대한민국정부포털, 알려드림e 등 전자정부 시스템을 정부24 하나로 통합했다. 정부24에 있는 약 10만종의 서비스 중 각 기관과 연계하여 정부24 사이트에서 바로 신청·조회·발급 가능한 서비스를 모아둔 메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전자정부 서비스는 유엔에서 평가한 전자정부지수에서 2022년 기준 세계 3위를 차지할 만큼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있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인구 5000만이 넘는 거대 규모 국가 중에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전 국가적으로 운용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행정서비스는 정부의 정책과 국민의 요구에 따라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은 그 서비스를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기존의 행정서비스시스템에 새로운 서비스를 연동하는 애드온(Add On) 형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지자체마다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구현하고 있어 시스템의 복잡성은 더욱 증가했다.
시스템에도 수명주기가 있다. 아무리 오래 써도 10년 이상을 쓰기 어렵다. 그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폰을 봐도 알 수 있다. 처음 휴대폰을 샀을 때는 여러 앱들을 무리 없이 잘 활용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앱들의 등장과 함께 용량 부족은 물론이거니와 처리 속도도 점점 늦어지는 것처럼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은행의 금융시스템도 평균 7~8년에 한 번씩 시스템을 고도화하거나 빅뱅 방식으로 새로이 시스템을 구축한다.
특히 새올시스템도 통합 초기보다 훨씬 많은 505가지 제도 관련 업무와 36개 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시스템 노후화가 지속됐지만 2009년 한 차례 고도화 이후 유지관리가 계속돼 오면서 14년간 사실상 시스템 유지관리만 이어져 왔다. 다른 시스템 연계의 경우 더 복잡하다. 중앙부처, 유관기관 등 301개 기관 1만245종 시스템이 연계돼 있으며 연계발생 건수는 2019년 통계로 5억400만건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 구축' 사업을 지난 2021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 재설계(BPR)는 마무리된 상태지만 구축사업의 발주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실 차세대 행정시스템은 너무 광범위하고 복잡하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정부는 공공 IT서비스 시장을 삼성SDS, LG CNS, SK㈜ 등 대기업이 독식한다는 이유로 자산 규모가 5조원이 넘는 대기업의 공공서비스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전산망 구축 경험이 많은 대기업이 배제되면서 규모가 작은 업체들에 사업을 나눠주는 발주가 빈번했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전산망 유지관리 체계가 달라 생기는 문제 개선도 시급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참여에 대한 규제도 풀고 동시에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대한 새로운 방안의 도입으로 새로운 차세대 행정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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